쓰나미보다 무서운 것은 방사능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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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보다 무서운 것은 방사능 공포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4.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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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본대지진 현장보고서 1 , (윤법달, 삼동인터내셔널 사무국장)



이번 지진은 ‘일본 원전은 안전하다’는 신화를 무너뜨렸다. 원자력 발전소 11기가 가동을 중단하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기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냉각 시스템 이상이 생긴 것이다. 다행히 1호기 폭발은 원자로를 싸고 있는 격납용기가 아닌 건물 외벽에서 일어난 것이지만 그 위험성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은 14기 이상의 원자력 발전소를 새로 세우거나 증설해 전력에서 원자력 비율을 40%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믿었던 신화는 우리의 기대에 그치는 것이었다. 쓰나미가 주는 자연의 위력에 대한 공포보다 오랫동안 남아 사람들을 괴롭혔다.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1일 까지 원불교 재해재난구호대의 일원으로 일본 지진구호와 조사활동을 다녀왔다. 피해지역을 돕기위해 전 일본이 나서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어 상황은 어느 정도 극복해나가고 있었지만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능 유출이 현실화되면서 피해주민들은 보이지 않는 공포와 싸워야 했다. 불안한 사람들은 공항으로 밀려들었고, 멀리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도시로 이동했다. 이마저도 어려운 사람들은 대피소에서 얇은 마스크 한 장을 쓰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


공포를 키운 또 하나는 정보의 결핍과 과잉이었다. 재난 지역의 통신 두절로 사람들은 잃어버린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가족을 찾는 메모가 대피소 여기저기에 붙었고 관공서에는 행방불명자를 파악하는 접수대가 마련됐다. 반면, TV는 종일 지진과 쓰나미의 현장을 보도했고, 라디오는 사망·실종자수를 늘리기에 바빴다. 원전 폭발로 방사능 유출이 우려된다는 보도는 끝없이 반복됐다. 꼭 알아야 하는 정보의 결핍 속에 불안한 보도가 종일 들려오는 상황에서 대피소의 불안과 긴장은 계속됐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망가진 생활만큼 무서운 것도 없었다. 식당은 식재료를 공급받지 못해 문을 닫았고 같은 이유로 편의점의 진열대는 텅 비었다. 주유소의 기름이 바닥났고 기름이 남아 있는 주유소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차량행렬이 늘어섰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가 거리를 채웠고 먹을거리가 남아 있는 상점에도 긴 줄이 섰다. 난방류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빈 통을 들고 전전했고 전기가 끊긴 곳은 캄캄한 밤을 맞아야 했다. 어렵게 들어오는 전기는 불안정했다.


생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이들에게선 좀처럼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대비한 재난이면서도 전혀 대비할 수 없었던 재난이었음을 깨닫는 것도 어려웠지만 이런 원전으로 인한 재앙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사실은 이들을 끝없는 공포로 밀어 넣고 있었다. 특히나 예상 가능한 복구와 지원활동이 이루어지는 쓰나미의 피해복구보다는 기약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 문명 속에 주인인 것처럼 누려왔지만 실상은 처절했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위협이 자연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가장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문명 속에서도 존재하는 것임을 경고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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