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주친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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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마주친 그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4.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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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민 기자의 단어 너머 세상



잘 보여야 될 이유도 없고, 사실 처음 봤고, 다시 봐야할 필요도 없는 사람 있잖은가. 이상형이 아닌 소개팅이라거나 세탁소에 갔다가 나란히 오~래 기다려야 됐다거나 서울-부산 무궁화호(KTX 아님) 옆자리라거나, 뭐 그런 거.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하나뿐인 운명의 상대라면? 엄마들이 한 동네서 나고 자란 단짝이라면? 재작년 어학연수때 같은 비행기 타고 나가서 같은 비행기 타고 돌아온 사람이라면? 혹은, 내가 살고 싶었던 딱 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그는 꼭 그 나이때 내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접었던 꿈들, 달려가기만 하다가 놓쳐버린 목표들을 이뤄가고 있었다. 저 나이쯤이면 아마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거야, 라고 했던 바로 ‘저 나이’의 ‘어떤’ 사람. 한때 내가 말했던 것을 말하고, 생각했던 것을 생각하며, 썼던 것을 쓰고 있는, 허나 나는 포기하고 말았던 ‘꿈’의 복판을 매일 유영하고 있는 이 사람. ‘내가 그 때 당신같은 선배나 친구를 알았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결국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부럽고 질투도 화도 나고 그리고… 불현듯 떠올랐다. 그 꿈의 주인은 원래 이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주인공이 못돼도 조력자가 되면 된다. 삼국지에서 (감히) 제갈량이나 조운 같은 존재? 아니면 뭐, 백설공주 난쟁이도 일곱명이나 있고 스머프 마을에는 파랑 이들 더 많은데 뭐. 분명 크든 작든 내가 배우고 함께 나누며 그 꿈에 함께 가는 그 방법이란 게 분명 있다는 거다. 이 사람을 꺾는 게 아니라 같이, 함께 하는 거다. 위대한 것은 치열한 경쟁보다는 에너지들의 합에서 탄생한다.


어쩌다 마주친 그와 참으로 오래 얘기를 나눴다. 내 꿈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씁쓸했지만, 누군가 그 자리에서 이뤄가고 있다는 게 더 기뻐 행복했다. 꿈, 까짓거 좋은 동지 하나와 바꿨다고 생각했다. 뛰는 가슴으로 창밖을 보니, 어느새 새 꽃들이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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