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을 잘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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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을 잘 하시나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4.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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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10

남전보원(南泉普願: 748-834)선사는 조주(趙州)스님의 스승이었습니다.


하루는 어떤 스님이 남전선사에게 하직을 고하면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뒷날 누가 스님의 안부를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요?”


“씨름을 할 줄 안다고 해라.”


“어떤 씨름을 한다고 할까요?”


“한번 붙으면 양쪽이 다 없어지느니라.”



우리는 늘 갖가지로 씨름을 하고 삽니다. 삶이란 무대에서 먹고살기 위해 ‘돈’을 두고서, 아름답게 보이려고 ‘외모’를 두고, 더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자리’를 두고 씨름을 벌입니다.


그런가 하면 겉에선 안 보이는 자기 내면에서의 싸움도 있습니다. 끝없는 욕구(욕정)와 이성(양심) 간의 싸움, 편하고자 하는 마음(게으름)과 해야 한다는 생각(의무감)과의 싸움, 꺼지지 않는 이기심과 정의감 사이에서의 싸움 등등, 우리네 삶은 안팎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저 제 욕망과 이기심을 좇아서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다면 몰라도, 만약 그렇지 않고 매 경계마다 안으로 두 마음이 서로 싸운다면, 괴로움과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자괴심(自愧心)과 자책(自責)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까요? 자, 다음의 경우를 보지요.



‘이웃집의 신형 고급승용차가 나를 초라하게 합니다. 나는 차도 낡고 가진 것도 넉넉하지 못한데, 그는 재산도 많고 지위도 높은데다가 인물까지도 아주 좋습니다. 나는 그를 볼 때마다 내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가족에게도 미안합니다. 그래서 가끔씩 슬퍼집니다.


그런데 건너편에 사는 이를 보면 내 기분은 달라집니다. 그는 직업도 나보다 못하고 인물도 볼품이 없습니다. 그리고 가진 것도 나보다 훨씬 못한 것 같습니다. 자가용도 없이 늘 버스나 전철을 타고 다닙니다. 그를 보면 나는 문득 행복한 사람 같습니다.’



자, 나는 행복합니까, 불행합니까? 행복도 불행도 아닙니다. 아니,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데 마음을 아무데도 두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사물을 보아도 마음이 거기에 붙잡혀있지 않으면 그야말로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이 자리가 바로 슬픔도 기쁨도 머물지 못하는 곳, 고락이 닿지 않는 세계, 곧 고락을 초월한 마음자리입니다. 대종사님 법문처럼 이 자리가 극락(極樂)입니다.(대종경 변의품 10장)



재물과도, 외모와도, 지위와도 죽자고 씨름하지 않고 그냥 하늘이 주신 태평한 마음, 즉 평상심(平常心)대로 살면 진리생활입니다. 욕망과도 자괴심과도 싸우지 않고, 지금 정신이 깨어있으되 고요한 마음으로 살면 생활이 곧 불법[生活是佛法]입니다. 수행인에게 어느 날 문득 두 마음이 사라진 자리가 진리의 세계입니다. 매사(每事) 둘로 쪼개서 서로 싸우느라 피곤하지도 않고, 마치 잠을 푹 자고 일어났을 때처럼 모든 사물이 그대로 눈앞에 있으되 미처 아무런 주착도 붙지 않는 그 순간처럼, 우리 마음엔 본래부터 그런 절경(絶境)이 있습니다. 마음이 텅 비어서 주착도 헤아림도 없으나, 사물을 밝게 인식(認識)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아는 그 마음 ― 이것이 둘 아닌 자리, 양쪽이 다 없어져버린 자리, 법신불일원상이며 우리 자성(自性) 본연의 모습입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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