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 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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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 그 '마음'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6.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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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18

우울증이란 가령 우리 ‘마음’이라는 스크린에 늘 슬프고 우울한 그림[생각]들만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스크린에 나타난 그림을 지우거나 다른 밝은 그림으로 바꾸려고 애를 써도 도저히 자기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현상이 오래 계속된다면 우울증입니다.


감정에 끌려서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만 보면, 사람이 분노로 그럴 때도 있고 기쁘거나 즐거울 때도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대개 시간이 가면 점차 엷어지거나 잊혀지기 마련인데, 슬프고 우울한 감정이 마치 하늘에 떠있는 어두운 구름처럼 ‘마음스크린’에 가득차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면 우울증입니다.


분노가 오래도록 식지 않으면 화병이 되듯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즐겁거나 낙관적인 기분이 며칠씩 계속되면 조증(躁症)이며, 반대로 우울하거나 비관적인 감정이 오래도록 마음을 덮으면 울증(鬱症)입니다. 그리고 조증이라 할지라도 나중에는 반드시 울증으로 바뀌는데, 흥진비래(興盡悲來)라는 옛말도 있는 것처럼 마음의 원리에서 보면 이것은 필연적(必然的)인 현상입니다.


그런데 정신의 힘으로써 이것을 치유하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째는 ‘경계’를 이용하는 방편적 해법이며, 둘째는 ‘마음의 원리’를 통한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첫째로 ‘경계를 이용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몸과 마음이 아주 바빠서 이른바 ‘눈코 뜰 새 없을’ 때엔 우울증이 나타나지 않는데, 이때는 마음이 오직 경계에 대응하기에 바빠서 다른 생각을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때에는 ‘마음스크린’에 슬프다는 생각 뿐 아니라 기쁘다는 생각도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가령 우리가 상(喪)을 당했을 때를 보면, 상주(喪主)는 연이어 찾아오는 문상객들을 맞으면서 문득 슬픔을 잊고 여러 가지 일들을 해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슬픔도 매 순간 그대로 머물러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눈앞의 경계에 대해 정말로 주의(注意)를 집중할 때는 마음에 슬픔도 기쁨도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몸과 마음을 바쁘게 할 수 있다면 우울증은 나타지 않습니다.


둘째는, 마음의 원리를 알고 ‘마음 부리는’ 법을 알아서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입니다. 즉 ‘생각’으로 나타나는 ‘의식’이란 것이 무엇이며 ‘마음’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마음’이라는 것은 성품에서 나왔으나 갖가지 경계와 부딪쳐 그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써, 이 마음의 원리를 알고 나면 우울증은 빠르게 치유될 수 있습니다.


그늘[陰]이 지는 현상을 빛[光]과 떼어놓고는 말할 수 없듯이, 마음 가운데 이유 없이 떠오르는 우울한 ‘생각’을 ‘마음’과 떼어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해법은 일시적이나 방편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적이고 근본적인 자기복원(自己復元) 치유법입니다.


우울증의 해법은 ‘생각’의 바탕인 마음의 근본원리를 배우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보이지 않는 숱한 집착으로 얽힌 마음으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얻는, 무시선법의 입문(入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마음 가운데 이미 진리[佛法]를 품고 있으며, 현실 속에서 이를 실제로 깨닫고 활용해야합니다. 마음거죽에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우울함이 있다면 그 속에는 밝고 고요한 성품이라는 것이 있으며, 이 둘 사이에는 무시선법이라는 완벽한 사다리가 있습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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