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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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저울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6.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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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19

언젠가 TV뉴스에 이런 보도가 있었습니다. 한 시민단체가 수산시장에서 파는 횟감을 사서 자체의 저울로 다시 재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가게에서 살 때 쟀던 무게와는 큰 차이가 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수산물가게의 저울이 상당수 조작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정작 사가는 시민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상인이 눈앞에서 저울에 달아주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본 소비자들은 설마 그 저울이 조작되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저울로 무언가를 측정할 때, 그 측정된 값이 옳으냐 하는 것은 그 저울이 맞느냐 틀리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저울이 바로 나의 ‘마음’일 경우는 어떨까요? 즉, 어떤 사물을 놓고 내가 “저것이 어떻다”고 할 때, 이를테면 “저것은 옳다”고 판단했을 때, 그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는 어떻게 가릴 수 있을까요? 이때는 물론 나의 판단도구, 즉 ‘내 마음’이 틀리지 않다는 것이 우선 전제(前提)되어야 합니다. 내 판단의 옳고 그름 문제는 ‘내 마음’이 표준저울이기 때문입니다.


진리를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이 문제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가령 사람은 믿는 종교에 따라서 저마다 사물을 판단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똑같은 행위를 두고도 한편에선 선(善)으로 해석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악(惡)으로 판단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옳은 것이고 뭐가 그른 것인지 보통사람으로서는 확신할 길이 없습니다. 만약 자기가 믿는 바에 따라서 그 옳고 그름이 달라진다면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일까요?


기독교인이 보면 모든 판단의 기준은 오직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구체적으로 성경에 적혀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성경말씀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며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기준입니다. 그렇다면 불교는 어떻습니까? 사물에 대해서 불자가 판단해야할 기준이 모두 부처님의 말씀에 있을까요?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이른바 ‘천만방편’입니다. 즉 중생들 각각의 처지에 따라 그에 맞게 가르침을 펴셨다는 뜻입니다. 그럼 현재 나에게 영원히 변치 않을 절대적인 판단 저울은 무엇이 되어야할까요?


그것은 나의 ‘마음’입니다. 불자에게 있어서 저울은 바로 자신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느끼는 ‘마음’이 정말 바르고 참다운 나의 ‘마음’일까요?


우리는 모든 사물을 판단하는 내 기준, 즉 나의 ‘마음’이라는 존재를 순순히 긍정치 말고 깊이 의심해보아야 합니다.「일체가 오직 마음이 짓는 것(一切唯心造)」이라 하였으니, 나의 ‘마음’을 의심하는 것이 곧 ‘이 뭣고(是甚ꠙ ꠓ)’라는 화두이며, 사리연구 가운데 으뜸입니다. 예로부터 천만성인들께서 모두 이 ‘마음’의 참모습[성품]을 깨치고 비로소 법[진리]를 설하게 되셨고 중생을 가르치셨으며, 마침내 해탈 성불하게 되신 것입니다. 이 마음의 참모습을 깨치는 것이 견성(見性)이며, 그것을 본래 그 모습으로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이 양성(養性)이며, 그것을 일체 경계에 따라 가감없이 부려 쓰는 것이 솔성(率性)입니다.


진리를 구하는 사람은 자신의 절대적 판단기준, 즉 자신의 ‘마음’을 의심하고 그 틀을 완전히 쳐부수지 않으면 결코 진리의 세계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인식하는 이 ‘마음’이라는 것이 결코 내 본래의 ‘마음’이 아닌 줄을 알아야합니다. 먼저 이러한 이치를 모르고 진리를 공부한다면, 저울이 잘못된 줄도 모른 채 그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그 눈금만 쳐다보는 사람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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