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노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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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노예' 2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8.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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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26

「그날 점심때, 우리 세 식구는 식사를 하러 한 식당에 갔다. 그 식당에는 여러 손님들이 있었지만 아기를 데리고 온 손님은 우리 말고는 없었다. 우리가 막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아기가 내 품안에서 마구 발버둥을 쳤다. 그리고는 기쁜 듯이 손을 밖으로 내밀며 뭐라고 옹알거렸다. 아직 이도 채 나지 않은 우리아기는 잇몸을 다 드러내며 웃었다. 남편과 나는 아기가 내젓는 손길을 따라가 고개를 돌렸다.



알고 보니 우리아기는 저편에 앉아있는 한 노인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그 노인은 때 묻은 낡은 셔츠에다 자기 허리보다도 큰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신발이 해져서 발가락이 바깥으로 내다보일 정도였다. 우리가 앉은 곳은 그 노인이 있는 자리와 상당히 떨어져있었지만, 내가 보기엔 그 노인 옆에 가까이 가면 몸에서 심한 악취가 날 것 같았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갑자기 그 노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애기엄마, 아기가 먹을 것도 좀 주문했소? 아이구, 저 이쁜 것 좀 봐!”


다시 보니 그 노인은 얼굴이 불그스름한 게 분명히 술이 좀 취한 것 같아서, 남편과 나는 그 말에 아무런 대꾸도 않고 그저 묵묵히 앉아서 식사만 했다.



이윽고 식사가 끝났다. 남편이 일어서서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고, 나는 아기를 안고 먼저 주차장으로 가서 남편을 기다리려고 하였다. 그런데 나가면서 보니 그 노인이 어느 샌가 식당 문 바로 옆에 앉아있었다.


나는 속으로 ‘왜 하필 저기 있지? 저 노인 옆을 빨리 지나갈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가 그 노인 옆을 지나칠 때, 뜻밖에도 아기가 내 품에서 옆으로 몸을 비틀며 그 작은 몸을 밖으로 내밀려고 안간힘을 썼다. 얼마나 힘을 써대는지 마치 그 노인을 향해 몸을 던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것을 본 노인이 두 팔로 우리아기를 안았다. 그러자 아기는 금방 온순해졌다. 그리고 자기의 조그만 머리를 그 노인의 어깨 위에 살그머니 기댔다. 노인이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그 순간 눈을 감은 노인의 속눈썹에 눈물방울이 맺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우리아기를 꼭 안고 가볍게 몇 번 어르더니 돌아서서 나에게 말했다. “예쁜 애기, 잘 키워요.”


나는 갑자기 목이 콱 메었다. 그래서 조금 지나서야 겨우 “그럴게요.”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아기를 받아들고는 얼른 주차장으로 뛰었다. 남편은 내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어 아기를 꽉 끌어안고 있는 것을 보고는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 궁금해 하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남편에게도 설명할 수 없었다. 오직 나만이 아는 일이었다…그날, 말도 못하는 우리아기가 다 큰 어른인 엄마에게 잊지 못할 큰 가르침을 주었다.」《출처: 江汀同名文章》



눈[眼]은 바깥세계를 바라보는 소중한 창(窓)입니다. 그러나 잠깐만 방심해도 눈은 어느새 내 마음을 훔쳐서 나를 죄업(罪業)의 세계로 몰아갑니다. 옛말에 ‘몸이 열 냥이면 눈은 아홉 냥’이라 했지만, 아마 우리의 죄업 가운데 8, 90 퍼센트도 우리의 눈을 통해 상(相)을 내고, 그에 주착(住着)하여 일으킨 죄업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눈에 보이는 대로 마구 끌려서 저도 몰래 눈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내 눈에 속지 않게’ 정신을 차리는 공부가 삶에서 늘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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