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각전양수 , -운문이 두 손을 내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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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각전양수 , -운문이 두 손을 내젓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8.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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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김덕권 교도의 청한심성

운문 화상이 한 납자에게 물었습니다. “어디 있다가 왔는가?” “소주(蘇州)의 서선 화상 문하에 있다가 왔습니다.” “화상은 요즘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이에 납자는 두 손을 불쑥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운문 화상이 그를 한 대 후려쳤습니다.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운문 화상이 두 손을 내저었습니다. 그가 아무 말도 못하자 화상은 다시 그 납자를 한 대 때렸습니다.



운문 화상이 납자를 한 대 올려붙인 것은 아무래도 납승의 무례함을 경계하신 듯합니다. 정산종사법어 예도편 제1장에 보면, ‘예의 근본정신은 공경이요, 우리 예전의 요지는 널리 공경하고 공(公)을 존숭하자는데 있나니라’ 하신 대목이 나옵니다. 품격을 갖춘 사람이면 누구를 대해도 존숭하는 태도를 소홀히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 필자가 새까만 중생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유명 인사를 모시고 전북의 어떤 사찰의 방장을 찾아뵈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방장께서 나오시자 그 유명인사는 절을 세 번이나 하시는데 그만 필자는 절의 예법을 잘 몰라 우리식대로 절을 한 번만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방장께서 젊은이는 절도 할 줄 모르느냐고 노발대발을 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참 멋적게 절을 새로 할 수도 없고, 딴에는 예를 다해 공경을 했는데 역정을 내시니 난감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어렵게 만든 고승과의 면담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당연히 필자가 사찰에 가서 어른을 뵙는 것인데 불가의 예법대로 삼배를 올리는 것이 마땅한 일이죠. 우리 원불교에서는 일원상 진리부처님을 경배할 때 사배를 올립니다. 그 외에 어떤 어른을 뵙더라도 단배를 올리는 것이 예법이지요. 그런데 불교에서는 불법승(佛法僧), 즉 부처님과 진리, 그리고 스님을 하나로 보아 삼배를 올리는 것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다른 종교의 어른을 뵈러 갔으니 무례하다고 질타를 당해도 할 말이 없게 된 것입니다.


참 예법이란 골치가 아픕니다. 예절이란 문화나 환경에 따라 다른 것인데, 사람을 상대할 때나 타종교, 또는 외국여행 때도 이 예절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무례하고 교양 없는 인간으로 오해받기가 십상입니다.


마침 목사 친구가 나와 축도를 올렸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눈을 감고 합장하며 기도에 동참하는 필자의 모습을 주목하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그때 필자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고개를 바짝 쳐들고 함께 기도를 올리지 않았더라면 친구들이 필자를 아니 원불교인을 옹졸하고 우습게 보았을 런지도 모릅니다.


예절이란 무엇입니까? 자기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것이 예의입니다. 그래서 ‘예(禮)는 하늘 이치의 절문(節文)이요, 사람 일의 의칙(義則)이라’하셨습니다. 그리고 예를 밝히는데 만고에 바꾸지 아니할 예의 체(體)가 있고 수시로 변역(變易)할 예의 용(用)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예의 체를 바꾸면 그 법이 서지 못하고 예의용을 수시로 변역할 줄 모르면 또한 그 법이 쓰이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 운문 화상과 대화를 하고 있는 이 납승에 대해 후일 원오극근은(圓悟克勤)은 “용을 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고 촌평을 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는 절의 방장을 만나러 갔으면서도 절집의 예절을 모르고 간 필자와 같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화두를 설두(雪竇) 화상이 ‘일시에 호랑이의 머리와 꼬리를 잡으니/ 늠름한 위풍이 사 백 개의 고을에 떨치네./ 묻노니 어쩌면 그처럼 험준할 수 있는가.’ 하고 송(頌)하시면서 “그냥 그를 용서해 주라”고 하셨답니다. 예절을 모르면 사람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문제만 일으키기 쉽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우리의 예전(禮典)을 몇 번이나 읽어보셨는지요? 모르고 저지른 필자의 결례, 이제 그만 노여움을 푸시지요! 불갑사(佛甲寺) 방장님!


원불교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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