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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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11.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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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37

“‘만약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하려는 일을 하고 싶어 할까?’ 나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묻습니다. 삶에서 중대한 선택을 할 때 나를 가장 크게 도와주는 도구는, 내가 곧 죽을 것임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죽음 앞에선 바깥의 모든 기대, 자존심, 당혹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들이 사라지고 오직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삶은 한정돼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며 낭비하지 마세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의 말입니다. 말속에서 간절한 삶의 의미가 느껴집니다. 그는 오래 전에 췌장암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삶과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했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삶에 대해 위와 같은 진실한 태도도 죽음을 앞에 두고는 더욱 그러했을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 있기에 ‘잘 살려는’ 의지가 있게 되는 것이지요.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보통 재산이 많은 것을 부러워합니다. 재산이 많으면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원하는 일들을 다 하면서 사는 것 같지 않습니다. 대개는 가진 돈을 실컷 쓰기보다는 도리어 그 돈을 지키는데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난할 때보다 더 자비심이 줄고 물질적인 욕망은 더 커져서 ‘새 것’과 ‘좋은 것’에 대한 끝없는 갈증을 일으키지 않는가 합니다. 몸이 편안하면 세상의 어두운 곳이 잘 안 보이고, 밖을 보는 것보다 자기를 보는 시간이 적어서 겸손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돈의 ‘그림자’입니다.


요즘 사회는 하루하루가 시간과의 전쟁 같습니다. 모두가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을 가장 가치있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똑같은 시간에 남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높은 실적을 올린다면 물론 효율이 높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정신없이 지난 시간일수록 나중에 보면 참 허무하게 느껴지는 수가 많습니다. 그것은 내가 시간을 쓴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나를 썼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내일, 또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희생한 채 지금 이 순간을 잊고 지낸다면, 삶의 행복은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하지 못하고, 마음이 늘 내일의 행복만을 좇는다면 그것은 신기루입니다.


유명인이 되어 남들에게 존중받고 특별한 대우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명예가 누구에게나 행복을 줄 거라고 믿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명예를 얻으면 또 그만큼 잃는 것이 있습니다. 개인의 시간이 줄어서 무명인(無名人)의 평범한 여유를 누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남들에게 보이는 데에 많이 치중하는 사람은 속이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사람은 또 자기가 자기를 우대하는 치심(癡心)이 잘 자라서 아만심을 놓기가 몹시 어려워집니다. 그러므로 명예가 있을수록 반드시 수도(修道)를 해야 합니다. 잘 익은 술이나 된장처럼, 갈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것은 자기 스스로 얻은 진리와 삶에 대한 체험입니다.


세상 모든 것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습니다. 좋은 것에는 늘 희생해야 되는 것이 따르고, 나쁜 것 속에도 반드시 도움 되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삶에서 언제나 좋은 결과만을 바라고 하루하루를 온통 그 좋은 미래만을 꿈꾸며, 바로 지금, 바로 이 자리를 희생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입니다. 눈앞에 닥친 죽음이 자기의 삶을 돌아보게 하듯, 짙게 물든 나뭇잎을 보며 우리가 저마다 무엇으로 하루하루가 바쁜지 그 까닭을 짚어보는 계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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