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일보 , - 운문의 보물 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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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일보 , - 운문의 보물 한가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12.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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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덕권 교도의 청한심성

어느 날 운문 화상이 대중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 시간과 공간 사이에 보물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몸(形山) 속에 감춰져 있다. 그런데 등롱(燈籠)을 들고 불전(佛殿)으로 갔다가 산문(山門)을 그 등롱 위에 올려놓은 채 돌아왔다.”


우리 인간의 몸을 흔히 소우주(小宇宙)라고 말합니다. 어느 선사께서 인간에게 우주적 본성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소우주 속에 내재해 있는 근원적 생명을 말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극미진(極微塵)의 세계는 무한대의 우주와 통해 있고, 무한대의 우주는 극미진의 세계와 통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유와 무가 둘이 아닙니다. 티끌을 쪼개고 또 쪼개면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게 되어 그것은 이미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므로 《반야심경(般若心經)》에서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고 하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또 무한한 것은 모든 것을 존재케 합니다. 이것이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 하는 것이죠. 이러한 우주적 본성을 불가에서는 불성(佛性)이라 하고, 진여(眞如)라고도 하며, 또 마음이라고도 합니다. 따라서 이 우주적 본성을 감추고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 인간의 본성이 바로 무엇 하고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라고 운문 화상께서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산문(山門)이란 산중에 있는 큰 절을 말합니다. 이 산문은 세계의 문으로서 바로 수미산(須彌山)의 세계관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 수미산 같이 큰 문을 작은 호롱불 위에 올려놓고 돌아왔다고 하는 것은 이미 크다 작다하는 분별의 세계를 초월한 경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산문에 등롱을 걸어놓는 것이지 등롱에 산문을 걸어놓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러나 운문 화상같이 이미 크고 작은 것을 뛰어넘은 경지에서는 이런 분별이야 말로 쓸데없는 시비가 될 뿐입니다. 반대로 인간의 마음은 이와 같이 우주를 담기도 하지만 밴댕이 속보다 더 좁고 바늘 끝 하나도 통할 수 없는 답답한 면도 있습니다. ‘대인무기(大人無己)’라는 말이 있습니다. 장자(莊子)께서 하신 말씀으로 대인(大人), 즉 도(道)를 닦는 훌륭한 사람은 자기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진정한 대장부란 공(公)을 위해 자신을 돌 볼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소인배인 이기주의자 하고는 더불어 대업을 도모할 수가 없는 법입니다. 그 옛날의 우리 회상 위대한 구인선진(九人先進)은 물론 이 회상 혈심의 대인들이 하나 같이 몸을 잊고 교단을 위해 몸을 던졌습니다. 그 역사가 바로 ‘대인무기’의 모습입니다.


진정한 대인에게는 이유가 없습니다. 공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합니다. 그래서 《정산 종사 법어》 공도편 43장에 보면 「공(公)과 사(私)는 원래 둘이 아니니, 국한을 크게 잡으면 사도 다 공이 되고, 국한을 작게 잡으면 공도 다 사가 되나니라.」하셨습니다. 공과 사가 둘이 아닙니다. 일하는데 사(邪)만 떨어지면 다 공변된 것입니다.


오래 전에 어떤 동지가 필자를 보고 하는 말이 어떤 표준으로 여러 단체를 이끌어 가느냐고 물어 왔습니다. 뭐 별 뾰족한 방법이 있겠습니까만, 나름대로의 활동 표준을 일러주었습니다. ‘첫째 조금 밑지며 살자. 둘째 베풀며 살자. 셋째 발로 뛰자.’였습니다.


분별의 경지를 초월한 사람들은 등롱 위에 산문을 올려놓을 수도 있고, 내려놓을 수도 있으며 활살자재(活殺自在) 합니다. 비록 나이가 좀 들었지만 회상이 부르면 말없이 나아가고, 쓰임새가 다했다고 생각되면 말없이 물러납니다. 공을 위하는 일이라면 필자의 사전엔 핑계가 없습니다. 그냥 구름에 달 가듯이 그렇게 흘러갑니다.



운문 화상이 말씀 하신 것처럼 어차피 우리는 누구나가 몸속에 보물 하나씩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 언덕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사람은 누구십니까? 이 보물 회상을 위해 아낌 없이 썼으면 좋겠습니다.


원불교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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