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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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나무'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12.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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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울안 칼럼 / 오정행 교무 , (본지 편집장)

SBS가 방영 중인 수목드라마 ‘뿌리깊은나무’가 요즘들어 종편 채널들의 개국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며 장안의 화제로 급부상을 하고 있다. 이처럼 주목을 받는 이유는 훌륭한 대본, 세밀한 연출, 완벽한 연기가 잘 조화된 이유도 있겠지만,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 과정을 통해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자에 대한 맹신으로 한글창제를 반대하는 모습에서는 FTA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고, 사대부들이 이권을 지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글반포를 막으려는 모습에서는 SNS 규제정책이 엿보인다.


사실 나는 매주 정해진 시간에 꼬박꼬박 챙겨봐야 하는 연속극을 그리 즐겨하는 편은 아니다. 때문에 ‘뿌리깊은나무’ 역시 20여회가 방영되는 동안 직접 시청할 수 있었던 것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여서, 줄거리의 대강을 어림잡기도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라 어찌보면 드라마의 내용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글자를 독점하고 있던 사대부들이 한글반포를 막기 위해 노비를 죽이고 책을 불태우고 투신을 감행하는 모습이나, 한글반포의 길이 벽에 부딪치자 궁녀들을 귈 밖으로 내보내 밑바닥에서부터 한글을 전파해 나가는 과정은 내가 본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였다.


특히 선량하고 온순해 보이던 한 유생이 한글반포를 막아내기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고 목숨까지 던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기득권이란 것이 바로 저런 것이겠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사회 곳곳에는 여러가지 형태의 기득권들이 존재하고 이러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단단하게 뭉쳐있는 집단들을 수도 없이 만나게 된다. 일 예로 법률가나 의약사만이 알 수 있는 전문용어들을 만나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갖게 되는가? 이처럼 기득권이란 멀고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 쉬운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출발한 것들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한글, 즉 ‘뿌리깊은나무’가 세종대왕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글자의 의미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어찌보면 세종대왕이 말하고자 했던 글자의 의미를 지금 이 시대에 비춰 생각을 해본다면 정보요 소통이 아니었을까 싶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세상,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뿌리깊은나무’가 세종대왕이란 역사적 인물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솔직한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SNS가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이런 이해와 요구에 맥락을 같이하지 않는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질서가 재편되면서 혼돈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많은 정당들이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귀 기울이며 이합집산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정권창출을 향해 부산하게 움직여 나가고 있다. 우리 교단에 있어서도 2012년은 사회와는 분명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수위단 선거와 종법사 선거가 있는 중요한 해로, 많은 사람들은 뭔가 새롭고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으면 하고 기대들을 하는 눈치들이다. 불현듯 사회나 교단이나 발전을 이뤄가는 데 있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통큰 양보와 소통의 기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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