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문 좀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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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문 좀 열어주세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2.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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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서울봉공회 가정파견봉사이야기 1

“청소 하지말고 나랑 놀아~ 이리 앉아서 나랑 놀다 가~”


청소하려던 손을 덥썩 잡으며 자꾸 놀자고 보채는 어르신, 오늘도 봉사자들은 잡힌 손 덕에 엉거주춤이다. 청소며 설거지, 목욕 보다도 같이 앉아 이야기 하고, 화투도 치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고 싶은 독거 어르신들. 내년이면 10년을 맞는 서울봉공회의 가정파견봉사활동, 동작구 흑석동 언덕은 오늘 역시 요구르트며 과일 등등 간식거리를 들고 부지런히 오르내리는 봉공회원들의 발길로 훈훈하다.


2004년 2월 가정봉사원 교육과정 수료와 함께 시작한 서울봉공회의 가정파견봉사활동(이하 ‘가파’), 올해 9년차로 접어들며 사)원봉공회에서 서울교구 봉공회로 사업이 넘어왔다. 허나 원봉공회의 유일한 가파 활동 지역이 흑석동이라 이제까지 함께 해온 20여명의 회원들의 활동은 9년 세월 해오던 대로 이어질 예정이다.


매달 첫째주와 셋째주 목요일, 아침부터 간식거리를 들고 흑석동을 누비는 봉공회원들, 지금이야 4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이어지는 한 집 방문 동안 어르신이 먼저 커피도 타주고, 청소와 설거지하면서 동시에 말벗까지 해드리기도 하지만, 시작한 한두 해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처음엔 주소 찾기가 그렇게 어려웠어요. 몇통 몇반, 이라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고, 근처에 복덕방도 없고… 여차저차 찾아가면 그땐 또 문을 안 열어주시죠. 지금은 동사무소며 복지관에서 요양보호사가 방문하기도 하지만, 그땐 가정파견봉사라는 개념도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누가 왔는지 모르니까 문 잠근 채 가만히 계시다가, 우리가 청소와 설거지 해드리려고 왔다, 무료 봉사다, 원불교에서 왔다, 한참 얘기하면 그제야 인기척을 내셨죠. 오죽하면 한동안 우리 늘 첫 마디가 ‘문 좀 열어주세요’였다니까요.”


한성봉 서울교구 봉공회장(서초교당)은 9년전 일도 바로 어제인 듯 생생하다. 어르신들 신세한탄이며 속 이야기를 들으며 누구보다도 많이 웃고 울고 나야 비로소 다시 흑석동 언덕을 올라 그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가정파견봉사활동. 한달에 두 번씩 9년, 10~20곳의 독거어르신 혹은 조손가정, 장애인가정을 살펴온, 횟수만도 2백이 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웃음과 눈물이 쌓여왔을까.


“처음 가정파견봉사를 갔는데 아이가 장애인인 집이었어요. 처음이라 아이 방을 맡아 아무렇게나 널린 책들을 정리하는데, 책마다 필기도 꼼꼼하게,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남아있는 거에요. 책 정리를 마치고 그 자리에 앉아서 종이에 편지를 썼어요. 학생의 열정에 감동을 받았다. 공부 열심히 해서 더 큰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늘 기도하겠다고 말이에요.”


김성연 교도(강동교당)가 첫 봉사 이후에 교당 회보에 실었던 감상담처럼, 가정파견봉사자들은 늘 경계와 감동, 인고와 보람 사이를 숱하게 오가며 오늘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다들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더 삶이 벅차고 외로울 이들을 위한 서울봉공회의 가정파견봉사, 직접 떠올려 고백하는 9년의 이야기를 한울안신문이 연재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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