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여행을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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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여행을 갑시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2.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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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48

석두 희천(石頭希遷: 700~790)스님은 육조 혜능대사의 제자였다. 육조 스님의 열반 뒤 청원(靑原)선사를 찾아가니 선사가 그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조계(曹溪: 육조대사가 주석하던 곳)에서 왔습니다.”


선사가 다시 물었다.


“조계에서는 무엇을 얻었는가?”


“제가 거기 가기 전에도 부족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럼 뭐 하러 조계에 갔었는가?”


석두 스님이 대답하였다.


“조계에 가지 않았더라면, 제 안에 부족함이 없음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우리는 대개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것들을 구경하고 색다른 맛과 느낌을 즐기려고 여행을 떠납니다. 이 여행은 우리의 안이비설신의 육근이 밖을 향해 달리는 여행입니다. 그런데 나의 주의력을 안으로 돌려서 내 마음의 움직임과 그 뿌리로 파고드는 여행이 있습니다. 바로 마음여행입니다.


마음여행은 기쁘면 그 기쁜 마음을 보고, 슬프거나 화나거나 두려우면 슬프고 화나고 두려워하는 자기 마음을 보는 것입니다. 허나 자기가 자기 마음을 보려고 해도 늘 바깥경계에만 관심을 두던 습관이 있어서 그 눈이 자꾸 밖으로만 향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딛고 자기의 내면으로 들어가 자기 마음을 탐색해보면 참으로 많은 것들을 알고, 깨닫고, 놀라게 됩니다. 마음여행을 하면 더디고 빠름은 있을지라도 누구나 자신의 본질을 깨칠 수 있으며, 모든 희로애락의 근원을 알게 되어 자기의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선 일체의 고락을 뛰어넘어 해탈의 언덕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마음의 본바탕은 성품 혹은 법신불이라 하며, 우리는 일원상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라도 ‘이 마음’을 통하여 들어가지 않고는 진리를 참으로 이해할 수도, 깨칠 수도 없습니다. 정산종사법어 무본편 52장에서 세 가지 경전 가운데 ‘자성의 경전’이 가장 근본 되는 경전이라고 하신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마음여행에서 가장 쓸모 있는 것은 하루에도 수없이 변하는 자기 마음에 관한 ‘호기심’입니다. 무릇 모든 알음알이(사리연구)에 호기심이 없으면 그리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만약 호기심을 넘어서 자기 마음에 대한 의문을 깊게 가질 수만 있다면, 이는 가장 강력한 화두(話頭)가 되어 자기의 마음바탕, 즉 성품을 깨치는 지름길이 됩니다.


세상에는 권력자가 되고 부자가 되고 유명한 예술가가 되려는 사람은 많지만, 성품을 깨쳐서 자신의 진짜주인이 되어 고락의 세계에서 벗어나 자유와 해탈을 얻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주 적습니다. 그리고 또 그렇게 갈망한다 해도, 성인의 법문을 구하고 가르침을 얻으려고 애쓰는 것만큼이나, 스스로의 마음을 파고들어 그 마음에 끊임없는 의문을 내며, 기필코 자기마음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더욱 드문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즐겁거나 두려울 때도, 좋고 싫음에 끌려 마음이 움직일 때도, 그리고 분노와 슬픔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도 놓치지 말고 그 마음을 보세요. 그리고 그 마음의 정체를 항상 의심하세요.


마음은 진리의 모태(母胎)이며 깨달음에 이르는 유일한 도구입니다. 마음여행은 가장 가깝고, 가장 신비하며, 또 가장 가치있는 내 안으로의 여행입니다. 마음은 스스로 부처가 되는 모든 비밀을 품고 있습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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