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밥 한술씩 나눠 드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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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밥 한술씩 나눠 드십시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3.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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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야기로 만나는 선진



원기 26년 제자들에게 게송을 전한 대종사는 전국의 교당 순회에 올랐다. 열반을 예감한 뒤 마지막으로 교도들과 눈을 맞추고 법 한 자락이라도 더 나누려는 스승의 마음이자 마지막 걸음이었다. 전국을 돌던 중 이리지부(현 중앙교구)를 찾은 대종사는 교도들이 정성껏 마련한 점심상을 받았다. 부쩍 기력이 쇠한 스승님의 모습에 상을 올리는 교도들의 얼굴에도 침울한 침묵이 흘렀다. 생사의 이치를 깨닫는 즐거움이 제 아무리 깊다해도 이별이 주는 슬픔과 그리움까지는 어찌 다 덮으랴. 이 생 언제 다시 뵈올 수 있을런지, 이리지부 교도들은 가만가만 상을 올리며 모두 말이 없었다.


“…….”


이미 분위기를 알고 있던 대종사는 몇 번 뜨다 만 숟가락을 밥상 위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일순 교무들과 교도들의 눈이 스승을 향했다. 밥 안에 작은 돌이라도 들어갔을까, 음식이 입에 안 맞으시는 걸까, 공양을 못 하실 정도로 건강이 안 좋으신걸까, 입 밖으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밥이 참으로 정성도 있고 맛도 있소. 이 밥 한 술씩 나눠 드십시다, 인연이나 짓게.”


한 걸음에 대종사의 곁으로 모여든 교무와 교도들은 스승의 밥그릇에서 한 술을 조심히 떠 입에 넣었다. 과연 조리로 살뜰히 일어서 티끌하나 없이 희고 달게 지은 쌀밥이었다. 밥 한 술의 무게에 우주와 진리와 법과 인연과 스승의 사랑이 담겨있었다.


늘 인연을 중히 여겨 제자들에게 그 소중함을 일러주곤 했던 대종사였다. ‘이 세상에 이 복 저 복 하지만 가까운 인연복이 제일이다. 너희가 업을 지을 때는 알게 모르게 지어 놓고 그것을 받을 때에는 가슴을 찧고 울며불며 받게 된다’는 말씀을 제자들은 늘 마음에 새겨 모든 일에 앞서 법도와 함께 인연을 떠올렸다.


육타원 이동진화는 음식은 물론이요 뭐든 들어오는 물건들은 한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려 노력했다. 제일 좋은 것은 조실에 올린 뒤, 선진들께 차례로 올리고도 남으면 총부 식구들, 그러고도 남으면 동료 교무들의 사가에까지 다 나눠주었다. ‘정성스레 들어온 물건이니 대중이 두루 인연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스승님이 가르쳐주신 인연복’이라며 총부 금강원 말년 수양 때까지 인연걸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 날 조금이라도 상극으로 맺혀진 인연들의 이름을 적어놓고 상생으로 풀어달라 기도한 묵타원 권우연의 수도원 생활 역시 인연으로 죄복 짓고 받는 이치를 따름이었다.


“이처럼 밥 하나 짓는 것도 공부요 수양이니, 부지런히 이 생 보따리 준비하며 사십시다.”


스승의 얼굴은 파리하면서도 더없이 맑고 밝았다. 한 사람 한 사람 밥 한 술을 뜰 때마다 눈을 마주치고 둥그러니 미소를 띄어주었다. 이 생 마지막 챙겨야하는 보따리, 대종사의 그 말에 제자들은 이 ‘인연 짓는 밥’ 한 술을 천천히 씹어, 차오르는 눈물과 함께 속으로 안으로 삼켰다.


정리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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