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린 봄을 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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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린 봄을 탈까?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3.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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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최영진의 why Diary -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온다. 불과 몇 일 전만 해도 바람은 칼날을 머금은 양, 매섭고 따끔했는데 언제부턴가 산들산들 그네들은 내 온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봄인가? 여기저기 맺힌 봉오리들이 올라옴과 동시에 꽁꽁 얼어있던 내 마음도 사르르 녹는 것이 보인다. 봄은 참 신비롭다.


사계절 중 나는 봄이 참 좋다. 만물이 살아나려는 기운이 내 폐부를 간질이고 괜히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사람들은 이를 일러 ‘봄 탄다’ 하지마는.


금방이라도 내 몸에서 뭔가가 피어 오를 것 같다.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내 혈관 곳곳에 퍼트려, 살아나려는 ‘그것’들에게 힘을 실어 줘볼까. 한 시라도 가만히 있고 싶지 않다 지금은. 어딘가로 훌쩍 떠나거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이런 좋은 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건 죄다 죄.


혼자 있다 보면 외로울 때가 많다. 그럴 땐, 누군가 나에게 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날 톡톡 건드려 주고 말 한마디 건네 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 나에게 의지하고 기대준다면 더 좋겠다. 나는 항상 이렇게 바라기만 한다.


따지고 보면 날 좋아하고, 사랑했던 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엔가, 그 시작 또한 지금의 봄처럼 설레었고 하루하루가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김없이 추운 겨울이면 그들은 날 떠나갔다. 시간이 남긴 흔적은 한 줄 한 줄 내 몸 속에 선명하게 남기도 했다. 그 겹겹의 자국은 내 기억엔 상처였는지도 모른다. 변하고 떠나는 게 싫어서 나는,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하고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


봄이 오면 잠시 옛 기억을 잊고 새로운 출발을 꿈꾸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또 다시 홀로 남겨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한다. 이 두려움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이제는 타인이 아닌 내 스스로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하고 당당한 존재가 되고 싶다.


쉿! 누군가 오고 있다.


두근두근. 또 바보처럼 내 마음은 설렌다. 나에게로 온 그는 나를 툭툭 쳐보더니 이내 쓰다듬기도 한다. 그러고는 털썩 내 몸에 기대고 앉는다. 그는 들고 있던 책을 펼친다. 여름이 아니라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나는 안타까움에 마음만 졸일 뿐이다. 어서 더 힘차게 ‘그것’들이 내 안에서 피어 나오라 기도한다. 새롭게 날 찾아온 이에게 편안하고 시원한 휴식처를 제공하는 그런 나무이고 싶다.


마음수업? 따뜻한 햇살 품으며 졸고 있는 그의, 책을 몰래 훔쳐본다. 남들은 전공에 영어공부 하기도 바쁘다는데 마음까지 공부하려니 참 골치 아프겠다. 그 순간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이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자기 자신에 대해 안심할 수 있다.” 이 경지? 호기심이 생긴다. 자신에 대해서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그럼 혹시 나도, 지금처럼 불안해하고 외로워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그가 잠에서 깨면 그를 따라 함께 읽어봐야겠다.


원남교당·새삶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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