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에 대한 평화 , 소비 , 연대의 관점
상태바
핵에 대한 평화 , 소비 , 연대의 관점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4.0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 장윤재 목사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

우리는 먼저 핵무기(nuclear weapons)는 군사용이고 핵발전(nuclear power plant)은 평화용이라는 거짓 구분에 동의하지 않는다. 원자력은 처음부터 군사적 이용, 즉 원자탄개발을 위해 시작되었다. 원자로는 보통 발전(發電)을 연상시키지만, 원자로란 본래 우라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라늄238을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239로 변화시키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다. 원자핵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발산시키는 것이 핵무기이고, 그것을 천천히 발산시켜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핵발전이다. 태생적으로 핵무기와 핵발전의 뿌리는 같다. 실로 수많은 나라들이 민간 핵발전의 덮개 아래서 핵무기를 개발했다. 이렇듯 핵발전은 핵무기에 대한 욕망 위에 서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구호에 동의하지 않는다. 핵발전과 핵무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핵은 결코 평화와 양립할 수 없다. 더욱이 핵발전이 많아지면 평화를 더욱 위협한다. 핵발전소에 대한 군사적 혹은 테러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는 현대 비대칭 전쟁에서 공격목표 1번 중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핵은 원료를 생산하는 지역의 평화도 위협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우라늄 부족은 수 십년 전부터 분쟁의 씨앗이 되어 왔다. 설상가상으로 우라늄은 오래전부터 투기의 대상물이어서, 그것을 둘러싼 전쟁은 석유를 둘러싼 전쟁처럼 세계평화를 위협할 것이다. 핵은, 그것이 무기든 발전이든, 결코 평화와 양립할 수 없다.



# 에너지 탐욕과


소비주의에 기초한 핵문명


지금까지 우리는 핵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을 맘껏 사용하는 호사를 누렸다. 실로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가 9기던 1991년에 2,312kWh이던 1인당 전력소비량은 2005년에 7,403kWh로 3배나 증가해 이미 일본, 독일, 영국, 이탈리아를 앞섰다. 2010년에 우리나라는 그 4배나 되는 9,493kWh의 전력을 소비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나 국민은 ‘핵생산자’, ‘핵소비자’, 나아가 ‘핵가해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잔치’는 끝났다. 이제부터 우리는 핵발전소 폐쇄라는, 예고된 문제와 직면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핵발전을 통한 전기의 풍요라는 ‘단맛’을 봤다면, 이제부터 우리는 핵발전소 폐쇄와 핵폐기물의 처리라는 ‘쓴맛’을 보아야 한다.


한국은 1978년 부산 기장에 고리발전소를 지으면서 매 18개월마다 1기씩의 속도로 지금까지 총 21기의 핵발전소를 지어왔다. 이제 우리는 매 18개월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1기씩의 핵발전소를 철거해나가야 한다. 핵발전소 1기당 철거해체 비용은 무려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이제 우리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거짓 풍요의 기초를 냉철히 돌아보아야 한다. 산업화를 위한 에너지의 과용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무한 경제성장과 이윤극대화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체제는 에너지 과소비와 소비주의로 귀결됐다. 이제 우리는 끝없는 에너지 탐욕과 소비주의에 기초한 핵문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 세계 최대의 핵 밀집 지역


동북아시아에서 생명의 연대필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에는 모두 441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557기가 새로 건설 중이거나 앞으로 건설될 계획이다. 한국에는 1978년에 첫 핵발전소인 고리발전소가 부산 기장에 들어선 이래 현재 모두 21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인데, 원자로 가동 대수로 한국은 세계 5위이지만 (미국이 104기로 1위, 프랑스가 58기로 2위, 일본이 54기로 3위, 그리고 러시아가 31기로 4위), 핵발전 밀집도에 있어서는 세계 1위다. 일본은 54기나 되는 원자로를 이미 가동 중이며, 중국은 현재 14기를 가동 중인데 후쿠시마 대재앙 이후에도 중국의 동해 연안에 27기의 원자로를 추가로 짓고 있다. 한마디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핵 지뢰밭’이다. 만약 앞으로 다시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확률적으로 동북아시아에서 일어날 확률이 가장 높다.


중국과 북한은 이미 핵무기 보유국이고, 일본은 핵무기 비보유국이면서도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재처리 시설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00년 당시 약 30톤이나 되는 막대한 잉여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약 1,000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동북아시아의 한 복판에 서서 핵보유국들 기득권의 안보가 아니라 인간과 생명의 안보가 시급함을 역설하고자 한다. 이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생명의 연대를 이루는 일은 세계평화에 핵심적인 의제다.



3월 26일 4대 종단 세미나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선언’일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