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첫 법회와 교도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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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첫 법회와 교도훈련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4.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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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프리카의 어머니 김혜심 교무,

“자, 시작합시다.”


법복을 가다듬고 불전 앞에 앉았다. 불전이라고 해봐야 촛대와 향로, 꽃병, 작은 불전도구 등으로 급하게 꾸민 테이블이었지만, 깨끗하고 선명한 일원상의 기운만으로도 온 집안에 훈기가 어렸다. 교단 역사에 거룩하게 남은 첫 법회가 바로 지금, 여기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1995년 1월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 아프리카에서의 첫 죽비를 치는 김혜심 교무의 마음이 더없이 벅차왔다.


남아공대사관에 서기관으로 와 있던 김계원 · 윤순관 부부는 김 교무가 아프리카에서 만난 소중한 첫 인연이었다. 곳곳을 안내한 것도, 1월 26일 첫 법회 이후에도 ‘불자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한달에 두번씩 법회를 이끈 것도 그들이었다. 첫 법회에는 김 교무와 한국에서부터 동행한 흠산 모상준 교무, 김 교도 부부, 그리고 당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척교화를 하고 있던 최성덕 교무와 정토가 함께 했다. 김혜심 교무의 아프리카 교화가 막 시작된 것이었다.


2월 말까지의 첫 방문 뒤 한국으로 돌아간 김 교무가 다시 온 것은 그해 7월, 정타원 이정은 원로법사(2010년 열반)와 혜타원 장경안 법사, 조효경 교무가 첫 2주동안 함께 했다. 교도들 집집마다 가정기원독경을 이어가는 사이, 김계원·윤순권 교도와 함께 공부를 해온 18명의 합동입교식(7월 9일)과 역사적인 첫 교도훈련이 진행됐다. 사파리로 유명한 크루거 국립공원 파라보라롯지에서 열린 첫 교도훈련(사진) 은 7월 15일~16일 26명이 참여해 첫 교도회장으로 김홍원 교도를 선출했다. 이어 18일 요하네스버그 서울식당에서의 특별법회로 남아공 한인사회에 원불교를 알리는 기틀을 잡았으며, 이 자리에서 김 교무는 원불교를 소개하며 이 낯선 땅에 차분히 법음을 전했다.


‘이제 교당 자리를 봐야겠다’. 김 교무의 두 번째 방문에는 보다 특별한 목표가 있었다. 아프리카 교화를 위한 첫 단계, 바로 교당 자리를 보는 것. 편리하고 쾌적한 도심의 백인지역과 열악하고 치안이 좋지 않은 변두리 흑인지역이 동전의 양면처럼 팽팽히 양립하고 있는 프레토리아, 고민 끝에 김 교무가 결국 찾아낸 곳은 도심의 북쪽 끝인 프레토리아 노스, 흑인 지역과 20분 거리인 조용한 주택가였다. 무엇보다도 평수에 비해 2층 거실이 넓어 법당으로 사용하면 안성맞춤인 집이었다. 대지 4백평에 건평 9십평, 텃밭이 있어 야채도 기를 수 있는 곳이었다. 당시 6천만원 정도이던 이 아프리카첫 교당을 위해, 교단의 지원 외에도 홍제교당 김현강옥 대호법의 특별 희사가 뒤따랐다. 간절히 염원하면 진리는 반드시 그 길을 열어주시는 법이었다.


1995년 10월 김 교무는 세 번째로 남아공을 찾았다. 교당 잔금도 치러야했고 법당도 꾸며야했으며, 무엇보다도 한국으로부터 지원받을 각종 물품들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비영리법인을 설립해야했다. 세 번의 방문 동안 남아공 뿐 아니라 스와지랜드 병원에 약품들을 전해왔던 김 교무의 눈에는, 은혜를 전하고 일굴 밭이 그야말로 도처에 널려있는 셈이었다. 혼자 몇 사람의 몫으로 살면서도, 매순간 어렵고 낮은 이들을 마주할 때면 은혜에 대한 간절함으로 목이 다 말랐다. 외국인에 의한 비영리법인 설립이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음에도 이듬해 1996년 2월 무사히 남아공 정부의 인증을 받아 ‘일원법인’으로 활동하게 된 것 역시, 김혜심 교무에게는 ‘진리의 뜻’이자 ‘대종사님의 응원’이라 가슴에 새겼다.


드디어 아프리카 교화의 첫 발령이 결정됐다. 1996년 3월 15일, 김혜심 교무와 황수진·김현길 교무, 그리고 퇴임과 함께 1년간 봉사에 나선 봉산 이종명교무가 함께 아프리카 땅을 밟은 것. 세 교무들에게는 전혀 낯설고, 김 교무에게도 여전히 쉽지 않은 아프리카의 개척 교당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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