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근원을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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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근원을 돌아보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5.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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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62

제(齊)나라 왕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었는데 제왕이 물었다.


“무엇이 가장 그리기 어려운가?”


“개나 말이 가장 그리기 어렵습니다.”


“그럼 어떤 것이 제일 그리기 쉬운가?”


“귀신이 가장 쉽지요. 개나 말은 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보는 것들이라 아주 똑같이 그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그러나 귀신은 형체가 없어서 눈앞에 볼 수가 없으니 아무렇게나 그려도 아는 사람이 없습지요.”《韓非子》


최근 어느 10대 청소년들이 죽은 이의 영혼을 불러서 함께 지낸다는 인터넷 카페에 빠져 지내다가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퍽 어이가 없지만, 그러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으면 정작 그 ‘믿음’이 올바른 것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이런 현실은 ‘믿음’이라는 것이 지닌 본질적인 특성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산종사 말씀하시기를 「미신이 따로 없나니라. 모르고 믿으면 미신이니라.」(법훈편 14장)


사람은 자기가 속한 문화권에서 어느덧 지내다보면 자기의 믿음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새도 없이 그저 습관적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릇된 사실에 근거한 믿음[迷信]과 진리에 기초한 믿음[正信]은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우선 ‘진리’와 ‘진리 아닌 것’의 구분법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불교에선 삼법인(三法印)이라 불리는 가르침이 있는데, 이것은 진리에서 없어선 안 되는 세 가지 특징을 말합니다.


첫째, 제행무상(諸行無常)입니다. 일체 모든 것은 단 한 순간도 변함없이 그대로 머물러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물질[物]이든 마음[心]이든 처음부터 남[生]이 없으면 사라짐[滅]도 없겠지만, 일단 나타났다고 하면 반드시 멸할 때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진실을 부정하면 미신을 믿는 자이며 사마외도(邪魔外道)입니다.


둘째, 제법무아(諸法無我)입니다. 모든 것은 인연(因緣)에 의해 나타난 것일 뿐, 그 속에 ‘나’라고 부를 만한 불변의 실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일체 유위법(有爲法)뿐 아니라 무위법(無爲法)도 포함됩니다. 청정법신, 일원상, 혹은 자성이라 할지라도 그 속엔 자아(自我)가 없습니다. 때문에, 보아도 ‘본 바’가 없고, 들어도 ‘들은 바’ 없으며, 설해도 ‘설한 바’가 없는 부처와 조사의 세계가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 물질[物]이나 마음[心] 안에 ‘나’라 할 만한 실체가 있다고 믿으면 그것은 미신입니다.


셋째, 열반적정(涅槃寂靜)입니다. ‘제행무상’과 ‘제법무아’를 모르는 중생이 사물과 생각에 끌리고 주착하여 끝없는 번뇌 망상으로 온갖 괴로움을 겪다가, 진리를 깨쳐 분별과 주착을 놓고 모든 번뇌를 완전히 쉬어버리면 곧 생사윤회를 벗어난 대열반의 세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만약 공(空)에 떨어지거나, 신(神) 또는 어떤 존재의 영원성을 믿고 거기에 기대어 열반과 해탈을 얻을 수 있다고 믿으면 이는 미신을 믿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어떤 믿음이 되었든, 자기의 믿음이 철저한지 어떤지를 말하기 전에, 우선 그 믿음이 과연 진리에 맞는 믿음인지 아니면 그릇된 사실에 근거한 미신인지를 잘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신은 사람의 마음을 꾀어갈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미혹에 빠져있는 줄을 모르기 때문에 쉽게 깨우쳐주기도 어렵고 바로잡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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