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 있는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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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 있는 불사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6.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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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67

[일본] 에도(江戶)시대의 데쯔겐 (鐵眼道光: 1630~1682) 선사는 35세 때 대장경을 간행할 뜻을 세웠다. 데쯔겐 스님은 여러 해 동안 열심히 전국 각지의 절을 돌며 경전을 강의하며 불자들에게 시주금을 받아 기금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불경 간행을 시작할 만큼의 돈이 모아졌을 때였다. 갑자기 큰 홍수로 강물이 넘쳐 여기저기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스님은 그때까지 모아두었던 기금을 모두 풀어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구제했다.


가진 돈을 다 써버린 데쯔겐 스님은 다시 기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여 또 세월이 흘러 가까스로 경전간행에 필요한 자금이 모였는데 또다시 수재(水災)가 덮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자 이번에도 모아둔 돈을 굶주린 백성을 위해 내놓았다. 이렇게 두 번씩이나 뜻을 접어야했으나 스님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또 새롭게 시작하여 1678년에 마침내 1618부 7334권의 대장경판각을 완성시켰다. 이 목각판은 현재 교토(京都)에 있는 황벽사(黃檗寺)에 있다. 일본인들은 스님이 평생 3번이나 불사(佛事)를 했지만 나무에 새긴 경전보다 중생의 재난을 구제해준 것을 더 값진 불사로 추앙한다고 한다.



[한국] 혜월(慧月慧明: 1861~1937) 선사가 경남 양산의 미타암(彌陀庵)에 있을 때였다. 재(齋)를 지내기 위해 신도에게 받은 돈 백 원을 가지고 장에 가는데, 우연히 길가에서 울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이유를 물으니 여인이 말했다.


“제가 남에게 80원의 빚을 졌는데, 빚 독촉은 심하고 갚을 길은 없어 이렇게 피해 나와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녀에게 80원을 내주면서 물었다.


“그래, 빚을 갚으면 당장 애들 밥 지어 줄 쌀은 있는가?”


“아이고 쌀이 다 뭡니까? 한 끼 죽거리도 없습니다.”


혜월 선사는 즉시 나머지 20원까지 주어버렸다. 뒤에 이 말을 들은 재주(齋主)는 기쁜 마음으로 다시 백 원을 내놓으며 말했다.


“참다운 재를 지냈습니다.”



<도깨비 뒤주>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충북 청주시의 한 동사무소에서 처음 시작했다고 하는, 주위에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쌀뒤주입니다. 누구든 쌀이 부족하여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으면 눈치 보지 않고 언제든 필요한 만큼 퍼갈 수 있도록 주민들의 정성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랍니다. 처음에는 이 뒤주의 쌀이 과연 1년 내내 떨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을까 염려했었지만, 막상 설치되니 예상 밖으로 주변의 따뜻한 손길이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자꾸 퍼내도 또 채워지는 ‘도깨비 뒤주’는 자기를 비워서 참 도를 실천하는 불보살뿐 아니라, 요즘 국민들로부터 많은 칭송과 사랑을 받는 가수 김장훈 씨에게서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좋아해서도 그의 공연장에 가고, 또 사랑을 실천하는 그에게 도움을 주려고 기꺼이 공연티켓을 삽니다.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에게는 어떻게든 값을 깎으려고 하지만, 남을 돕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추가로 돈을 더 기부하면서도 행복해합니다. 진정한 자비는 굳이 인과(因果)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채워지는 도깨비 상자인가 봅니다.


오래 전에 법륜 스님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스님은 미국에 갈 때마다 1~2천 원짜리 염주 팔찌를 대량으로 사가지고 가서 만나는 미국인들에게 하나씩 준답니다. 그러면 간혹 답례로 1달러나 2달러 혹은 5달러를 주는 사람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땡큐’하며 그냥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스님은 선물비용으로 손실을 본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답니다. 왜냐하면 염주 하나를 받고서도 가져간 염주를 다 살만큼의 큰돈을 건네는 분이 신기하게도 꼭 있다는군요. 사람의 눈엔 보이지 않아도 이것이 ‘비움과 채움’의 도(道)가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이뤄지는 불사(佛事)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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