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키트너 씨의 이야기
상태바
1973년 키트너 씨의 이야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7.0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68

1973년 11월 25일자 원불교신문(107호)에는 원불교 공부를 위해 그해 3월 익산총부를 찾아와 머물고 있던 미국인 키트너 부부(법명: 圓道圓, 圓恩天)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이분들은 원광고와 원광여고에서 각각 영어회화와 상업미술을 가르치며 식생활 비용을 충당했답니다. 기자가 ‘원불교의 미국교화’에 대한 전망을 물었습니다.


“미국에선 20여 년간 기독교 인구가 많이 줄었습니다. 특히 최근 10년 간은 종교적인 교리보다 종교적 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왔습니다. 따라서 종교적인 이론보다는 산 체험이 중요한데 원불교가 이것을 미국인에게 어떻게 넣어줄 것인가가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인터넷 원불교신문에서 본 아주 오래된 기사지만, 간단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그 말은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도 교화(敎化)에 있어서 가장 큰 숙제인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생활패턴도 그때와는 엄청나게 변했습니다. 그런데 교화의 형태는 그 당시에 비해 얼마나 바뀌었나요.


대중교화의 방식으로 본다면 미국사회와 한국사회는 물론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첨단과학문명시대에 우리가 ‘살아있는 체험’ 없이, 우리의 교리와 교조에 대한 무한신심만으로 어디서든 교화가 잘 될 것으로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꿈입니다. 국내든 해외든 사람들은 저마다 괴롭고 힘든 삶으로부터 ‘손에 잡히는’ 형태의 구원(救援)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법에 대한 자부심만큼이나 자기제도(自己濟度)의 산 체험이 부족하다면 개벽시대의 새 종교라고 자랑하기가 부끄러워집니다. 때문에 교화의 본질은 (키트너 씨의 말처럼) 이론이 아니라 실제적 체험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 우리는 왜 훌륭한 교리를 갖고도 산 체험이 부족한 것일까요? 이 물음에 대해 아마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의 교법실천 부족을 꼽겠지요. 허나 그것 말고도 무척 세분화 되어있는 공부항목 가운데서 우리가 ‘교리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도 아주 크다고 봅니다.


이를 테면, 육법전서의 중심은 헌법이듯이 모든 마음공부의 표본은 일원(一圓: 자성)이며, 공부의 목적지는 ‘일원의 위력을 얻고 일원의 체성에 합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원의 원리인 공원정(空圓正)에다 공부의 초점을 맞추고 각자의 노력을 여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불법시생활(佛法是生活)이 되어서 실제로 산 체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산수 문제라 해도 그 푸는 원리는 가감승제(加減乘除)인 것처럼, 부처님의 법문이 아무리 많고 우리의 교법이 아무리 다양해도 그 핵심원리는 일원상의 진리 - 즉 공원정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설령 모든 가르침을 다 배우고 익혔더라도 자성(自性)의 원리를 모르고 공원정을 ‘체험하지’ 못하면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지요.


약 40년 전에 원불교를 배우러 왔던 서양인이 우리교화에 대해서 간결하게 주문했듯이,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교법에 대한 믿음 부족으로 교화가 정체된 것이 아닙니다. 교법의 중심인 ‘일원의 진리’를 찾아 수행하지 않고 기복적 신앙에 머물기 때문이며, 마음공부의 핵심원리를 각자의 자성에서 구하지 못하고 지엽교리에 매달리니 ‘산 체험’을 얻을 수가 없어서 자기제도도, 대중교화도 어려워진 것이지요.


정산 종사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천하의 대도는 간이하나니, 공부 길을 잡은 이는 팔만장경을 단련하여 한 두어 마디로 강령 잡아 실행하나니라.」(법어 법훈편 8장)



진리는 쉽고도 간단[簡易]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법을 가르칠 때는 반드시 ‘공부 길’을 잡도록 이끌어야합니다. 공부 길을 제대로 잡아야만 일원대도를 체험하기가 쉬워지고, 그래야만 자신성업봉찬과 교화대불공이 실제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