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이와 대화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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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이와 대화하는 법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7.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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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내가 만난 평화 , (강혜경 사)평화의친구들 사무국장)

얼마 전 대학생들과 함께 한 DMZ 캠프에서 폭력의 형상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하던 중에 폭행·감금· 납치·분단·전쟁 등의 단어들 가운데 ‘강제적인 자기소개’ 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소심하고 겁이 많아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인데, 심장이 쿵쾅거릴만큼 긴장된 상황에서 당연한 듯 진행되는 강제적인 자기소개가 본인에게는 굉장한 정신적 폭력이 된다고 했다.


이름, 나이, 학교만 밝히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정보는 그 사람의 내면에 대해 알기도 전에 선입견부터 심어주는 정보들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적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막내 취급을 하면서 깔보는 암묵적인 서열 같은 것이 생기는 것도 짜증난다, 자연스럽게 차츰 친해지면서 서로를 깊이 있게 알아 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약간은 흥분된 어조로 조목조목 설명하는 그 학생의 주장을 들으면서, 일단 시작만하면 당연하게 자기소개를 해왔던 만남의 시간 프로그램 구조에 대해 다시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나는 그동안 낯선 사람과의 첫 대면에서 관계를 잘 만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처음 만난 사람과 친해지려고 하는 행동이 오히려 상대방에게는 거칠게 상처를 주는 행동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개인의 특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친밀함을 강요했던 첫 만남은 없었을까 돌아보면서, 낯선이와 대화를 시작할 때 좀 더 다양한 부분에서 섬세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되짚어 보았다.


학년이 바뀌거나 새 직장으로 옮기게 되어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낯선 교실, 또는 사무실로 들어설 때, 먼저 와 있던 처음 보는 누군가와 슬쩍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해보자. 몇 초 안되는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서로의 존재를 의식만 한 채 한마디도 못 나누고 어색함이 커지는 숨 막히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둘 중 누군가가 처음 눈이 마주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먼저 호의적인 액션을 취해야 한다.


첫 인상은 그 사람에 대한 호불호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으니 서로 심적으로 무리가 없는 방법을 찾아 첫 관계를 형성해 가는 것이 좋은데, 사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살짝 미소 지으며 눈인사를 하는 방법도 있고, 가볍게 목례를 할 수도 있다. 과도하거나 과장된 태도로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하지 않는다면 자기 스타일대로 얼마든지 호의를 표시하는 첫 인사법을 찾을 수 있다.


때로는 내가 보낸 호의의 표시를 튕겨내는 상대방이 있을 수도 있다. 당연히 기분이 상하겠지만 이런 만남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거나,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거나, 나의 방법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마음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얼굴과 표정으로 인사를 나눈 후에 말로 서로를 알아갈 때는 자칫 무례할 수 있는 질문들을 미리 고민해서 걸러두는 것이 좋다.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배려와 존중이 뒷받침 되어 있다면 어렵지 않게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낯선 사람과의 첫 대면은 누구에게나 어색하고 힘든 순간이지만, 평화로운 관계를 시작해가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배려와 존중의 자세를 갖추고 내가 먼저 웃으며 눈인사를 건네 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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