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아이들
상태바
무더위와 아이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8.20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74

부처님 말씀하시기를 「사문이 도를 행함에 있어 연자방아를 끄는 소처럼 하지 말라. 몸은 비록 도를 행하더라도 마음의 도는 행하지 못하나니, 마음의 참 도를 행하면 따로 도를 행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佛言 沙門行道 無如磨牛 身雖行道 心道不行 心道若行 何用行道)」《사십이장경》



온 세계가 런던 올림픽의 열기로 뜨겁고, 우리나라도 한여름 더위가 맹위를 떨쳐서 하늘과 땅이 온통 뜨거운 열을 내뿜는 계절입니다. 이런 날씨에 에어컨이 설치된 곳에서 일하는 분들은 정말 행복한 줄 알아야겠습니다. 그렇지만 바깥으로 나왔을 때 유난히 더 무덥고 끈적거리는 듯한 불쾌감은 감수해야만 합니다. 이미 밖에 있었던 사람은 안 겪어도 되는 일이지요. 그래서 좋은 것도 늘 좋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불법을 공부하는 이는 ‘연자방아를 끄는 소처럼’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어떤 뜻일까요. 우리 교전에는 위의 법문이 아주 자세히 풀이되어있습니다.


부처님 말씀하시되 「사람이 도를 행할진대 맷돌 돌리는 소같이 하지 말지니, 소가 사람에게 이끌려 몸은 비록 돌기는 하나 마음에는 조금도 이해가 없는 것 같이, 도를 닦는 이가 만일 형식에 의지하여 도를 행하고 마음 가운데 실지의 깨침과 실지의 정성이 없다면 어찌 참 도를 행하리오. 그러므로 도를 행하는 이가 먼저 마음의 도를 행하면 몸은 자연히 따르게 되나니라.」(전서 461쪽)


몸으로 도를 행하면서도 자기가 도를 행함을 모른다는 것은, 사람이 제 본래마음[心地]을 모른 채 일(수행)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자기마음의 본바탕이 곧 진리요 법신불임을 모르면, 세상 모든 것을 시비(是非) 선악(善惡) 귀천(貴賤)으로 가르게 되고 그 속에서 늘 좋은 쪽을 갖지 못해 괴로움이 일어납니다.


≪장자≫(莊子)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신발이 발에 잘 맞으면 발을 잊고, 허리띠가 잘 맞으면 허리를 잊는다. 마음이 대상과 하나가 되면 앎이 옳고 그름을 잊는다. (忘足ꠙ ꠓ之適也. 忘要 帶之適也. 知忘是非 心之適也.)」


요즘 같은 한여름엔 더위를 물리치려 하지 말고 오히려 긍정(肯定)하고 받아들이면 땀은 계속 날 망정 마음은 괴롭지 않고, 시원한 에어컨에 집착하지 않으면 덥고 습한 환경에도 혼자 화낼 일이 없습니다. 사람이 안으로 대상을 수용하여 싸우는 생각을 놓아버리면 마음이 평안하고 ‘함이 없는’ 도락[無爲道樂]이 저절로 그 속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날씨가 푹푹 찌는 무더위에 땀으로 멱을 감아도 놀기만 잘하고, 엄마가 씻으라고 하기 전엔 잘 씻지도 않습니다. 더위를 잘 견디는 게 아니라 더위에 속박 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날씨에 대해 마음속에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행하는 이가 연자방아를 돌리는 소와 같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진리의 몸[法身]인 자기 마음을 깨쳐서 그 원리를 사물에 적용하는 법을 배워야합니다. 마음에 좋다, 나쁘다 하는 착(着)을 내려놓고, 경계에 자신의 공(空)한 마음바탕을 내맡기면, 참된 도를 구하지 않아도 그 행위가 도(道)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수도의 근본원리입니다. 그러므로 「도를 행하는 이가 먼저 마음의 도를 행하면 몸은 자연히 따르게 되나니라.」하신 거지요.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