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금메달
상태바
올림픽과 금메달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8.3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한울안 칼럼 / 오정행 교무 , (본지 편집장)

한여름 밤을 뜨겁게 달구었던 런던 올림픽이 17일 간의 대장정 끝에 지난 8월 12일 폐막했다. 7월 27일부터 영국 전역에서 펼쳐졌던 이 감동의 스포츠축제에 전 국민들의 시선이 온통 집중됐고, 그 속에서 여당과 야당의 대통령 경선은 물론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던 모든 이슈들은 모두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방송과 신문 등 모든 뉴스채널들은 시시각각으로 진행되는 각종 스포츠 경기와 메달을 획득한 올림픽 출전한 선수들의 정보를 전달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과 지면을 할애했고, 사람들은 시차로 인해 매일 새벽 벌어지는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밤잠을 설치거나 뜬 눈으로 날을 새기 일쑤였다. 그리고 이제 17일 간의 대장정이 모두 마무리 되면서 선수들과 국민들은 감동들을 긴 여운으로 간직한 채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매체들은 오늘까지도 우리나라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사격, 양궁 등에서 선전하면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따내 세계 5대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했다며 자긍심을 심어가기에 분주하다. 지난 4년 간 올림픽만을 바라보며 구슬땀을 흘렸을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을 생각하면, 그 투혼을 드러내고 격려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이번 런던올림픽을 통해 정말 세계 5대 스포츠 강국이 되었다는 언론매체들의 주장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사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7개로 모두 38개의 매달을 따내 총 매달집계 28개를 따내 우리보다 한참을 앞서 있다. 그런데 금메달 수가 우리나라 보다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본은 11위이다.


단 1초 만으로도 승부가 갈리는 치열한 스포츠의 세계에서 지금과 같은 금메달 집계 순위가 국가 간 우열을 가리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금메달을 기준으로 순위를 정해 온 우리나라의 스포츠 문화의 밑바닥에는, 1등 만을 최고로 생각하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가치관이 도사리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였나? 어린나이에 올림픽에 출전해 동메달을 따고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던 한 태권도 선수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 숨어있다. 사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나 은메달과 동메달을 나눠가진 선수들은 모두가 백지 한 장의 실력 차이를 가진 사람들로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 메달 색깔을 바꿔가질 수 있는 세계적으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세계 203개국에서 1만2천명의 선수들이 26개 종목에 출전해 서로 실력을 겨뤘는데, 메달은 참가국의 반도 되지 않은 총 85개국이 금메달 302개, 은메달 304개, 동메달 355개 총 961개의 메달을 나눠 가졌다고 한다. 메달 집계로 보면 미국이 104개, 중국이 87개, 러시아가 82개, 영국이 65개, 독일이 44개, 일본이 38개, 호주가 35개 프랑스가 34개로, 우리나라는 28개 메달을 획득한 이탈리아와 함께 9번째로 많은 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림픽 정신으로 볼 때 매달 수의 많고 적음 보다는 세계 203개국에서 1만2천명의 선수들이 참석해 세계인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스포츠 축제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양학선 선수의 금메달도 자랑스럽지만 두 번의 연장전 끝에 4위를 한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투혼이 더 오래 가슴에 남을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