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용선방과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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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용선방과의 인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9.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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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서울길용선방' 수련기 6 / 김성순 , (마음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내가 맨 처음 길용선방을 접한 것은 박사 졸업을 앞두고 있던 2011년 8월 하순이었다. 힘든 학위논문의 여정이 끝난 시점이라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고, 다시 회복하고 추스를 계기를 찾던 차에 페이스북에 올린 길용선방 광고를 봤던 것이다. 도인술과 행선, 요가, 바디스캔, 참선 등을 다양하게 실천하는 길용선방의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어 기회 되면 다시 찾으리라 하면서 영산을 떠나왔었다.


한 학기가 지난 후 길용선방을 서울회관에서 다시 시작한 것과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에 HK 연구교수로 임용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서울에서 길용선방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교무님의 글을 페이스북에서 읽고서 나는 그동안 알고 지냈던 페이스북 친구들을 중심으로 회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대학원 수업, 다른 회원들의 사정, 그리고 나 역시 주중에는 익산에 있는 연구실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선방의 모임은 자연스럽게 매주 금요일 열시로 정해졌다.


이제 6개월 정도 선방의 명상모임이 진행되다 보니,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이는 것을 느낀다. 지금 함께하는 회원들의 수련 역량은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뛰어나다. 개인적인 신앙과 상관없이, 오로지 명상이 좋아서 혹은 이제 서서히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다보고 싶어서 모인 이들이니만치 수련하는 태도도 진지했고, 타고난 수행자처럼 진보가 빨랐다. 게다가 신문에 회원들의 칼럼이 실리기 시작한 이후로 신입회원들도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어서 머지않아 반을 나누는 것을 고민해야 될 것 같기도 하다.


아쉽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이제 9월이 되면 캐나다 벤쿠버에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으로 1년간 포닥(Post-Doctor; 박사 후 연구원)을 하기 위해 떠날 예정이다. 선방을 위해 좀 더 열성적인 활동이 필요한 시점에서 떠나게 되어 교무님이나, 회원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1년간의 이별을 앞두고 바람이 있다면, 지금처럼, 정말 지금처럼 지도교무님이 회원 각자의 신앙 혹은 무신앙을 존중해주면서 단지 원불교 선법이 지닌 장점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3-4년 후의 시점에서는 지금의 회원들은 그 스스로가 다른 이들을 지도할만한 역량이 자라있으리라 생각한다. 신앙이 다른 회원들은 훗날 독립적으로 그들 신앙의 장에서 길용선방에서 배운 선법을 적용하거나 혹은 응용하는 방식으로 명상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리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원불교도인 회원들은 자신이 속한 교당의 교우들이나 다른 외부의 지인들과 함께 명상모임을 결성하고 실천을 확대시켜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명상모임을 단지 원불교 교화의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교법에 뿌리를 둔 명상의 실천이 서서히 확산되면서 이 사회가 좀 더 맑아지고, 밝아지는 것을 지향했으면 하는 점이다. 개인들이 불행한 사회는 절대 건강할 수 없고, 사회 전체가 병들어 있으면 개인의 행복도 지켜지기 힘들다. 작년 일본의 후쿠시마를 보면서 공업(共業)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를 다시 한 번 체감했다.


어쩌면 이 조그마한 명상모임이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어찌해볼 수 없을 것 같은 사회적 환경의 문제를 서서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는 키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 기쁜 날 법인절을 맞이하여, 우리 길용선방이 나날이 늘어가는 회원들을 품어주고, 서로를 다독여가며, 새 봄 농사를 위해 기르는 모판처럼 사회를 살리는 자양분을 키워나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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