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에 속박 없는' 계를 지키라
상태바
'선악에 속박 없는' 계를 지키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0.1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81

「정을 쌓되 동정에 구애 없는 정을 쌓으며, 혜를 닦되 지우에 집착 않는 혜를 닦으며 계(戒)를 지키되 선악에 속박 없는 계를 지키라.」(정산종사법어 권도편 52장)


위의 가르침은, 선이든 악이든 아무 거리낌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죄복이란 어차피 자기가 지은 대로 받는 것이니 마음껏 선악에 자유자재하라는 뜻도 아닙니다. 위 말씀은 어떤 행위를 할 때, ‘선’이라는 생각에도 주착하지 말고 ‘악’이라는 생각에도 주착하지 말고, 오직 텅 빈 마음자리[自性]에서 솟아나는 혜(慧) 따라서만 행동하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 어떤 상(相 : 예를 들어, 是非 善惡 染淨 美醜 따위)에도 머물지 말고 다만 ‘주한 바 없는 마음’으로 행하라는 가르침입니다. 때문에 이 법문은 분별(分別)로써 선악을 나누고 이를 지키게 하는 교종(敎宗)의 법문이 아니라, 내 안의 법신불, 즉 자성의 원리(즉 空·圓·正)로써 행할 것을 가르치는 선종(禪宗)의 법문과 같습니다.


정전 <일원상의 진리>장 ‘일원상의 수행’편에는 “일원상과 같이 원만구족(圓滿具足)하고 지공무사(至公無私)한 각자의 마음을 알자는 것이며, 양성하자는 것이며, 사용하자는 것”이 곧 ‘일원상의 수행’이라고 밝혀져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리 각자의 마음이 본래 ‘일원상과 같이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하다’는 것입니다. 중생의 마음바탕[本性]이 본디 일원(一圓)이기 때문에, 원불교 교도라면 위의 가르침을 결코 부정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리고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것은 또 있으니, 우주만유의 본바탕[本源]과 제불제성의 마음[心印]이 그렇습니다. 여기서 ‘우주만유의 본원’을 다른 말로 하면 곧 ‘천지의 도’인데, 이 도는 지극히 공변되고 사사로움이 없으며 오직 인과의 원리로만 운행됩니다. 그래서 하늘과 땅에서 햇빛과 물과 흙으로 오곡백과가 열리게 하는 것도 이 도이며, 홍수와 가뭄과 지진으로 많은 생명을 잃게 하는 것도 또한 이 도입니다.


이렇게 도는 인과의 법칙만을 따를 뿐, 옳고 그름[是非]이나 선과 악[善惡]에 집착하여 사랑하고 미워하는[愛憎] 분별로써 작용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모든 시비·선악을 초월한 도의 작용을 도가(道家)에서는 지선(至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종사께서는 성리품 3장에 「선악을 초월한 자리를 지선(至善)이라 한다」고 하셨고, 우리의 마음바탕[自性]이 또한 이와 같으므로 정산종사께서도 무본편 27장에서 「자성은 원래 증애가 없는 지선(至善)의 자리」라고 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일원의 도, 천지의 도와 같은) 각자의 본성을 잘 쓰는 길은, 본디 ‘증애·시비·선악 등이 없는’ 우리의 자성을 발견하여 여기서 발하는 혜[자성의 혜, 공적영지]를 좇아 자연스럽게 행하는 것입니다. 이를 가리켜 ‘자성의 계(戒)를 지킨다’고 하는 것이며, 천지와 같이 지공무사하게 응용무념(應用無念)의 도를 쓴다고 하는 것입니다.


「무릇 좌선이란 모름지기 지선(至善)의 자리에 사무쳐서 마땅히 스스로 성성해야 한다 (夫坐禪者는 須達乎至善하야 當自惺惺이니)」는 휴휴암좌선문(休休庵坐禪文) 속의 ‘지선’도 바로 이것이며, 「상덕은 (덕을 초월해 있어서) 덕이라 하지 않으니 이로써 덕이 있고, 하덕은 (덕에 매어 있어서) 덕을 잃지 않으니 이로써 덕이 없다. (上德不德 是以有德, 下德不失德 是以無德.)」고 한 노자(老子)의 말씀도 다 위와 같은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아무리 좋은 뜻이라 해도 증애·시비·선악 등의 상(相)에 매이면 참다운 진리[一圓, 道]의 행(즉, 自性의 戒를 지킴)가 될 수 없으므로 이를 우리에게 깨우쳐주시는 말씀이 바로 정산종사님의 위 법문입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