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세계로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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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세계로 어서 오세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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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서울길용선방' 수련기 9 / 박대성 교무

그 때 겨우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어찌 다행 불연이 깊어 선(禪)을 공부해 보겠다고 원불교 교당이 위치한 언덕 빼기 길을 타박타박 걸어올라 다녔다. 그리고 아직도 그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요즘 다시 실감하고 있다. 언제고 끝나지 않을 행복한 여정이 될 거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선을 닦는 스승들의 말씀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곁에서 한 자리를 얻은 양 환희심을 놓지 못할 때가 있었다. 또 한 경계를 넘지 못할 때의 자괴감에 몸을 떤 적도 많았다. 알음알이가 높아 갈수록 아상(我相)은 그 배로 뛰어 오름도 알게 되었다.


영산에서 근무할 때는 그곳에서 살아 숨 쉬는 일 자체가 선이었다. 다행히 인연이 좋아서 선 공부를 하겠다는 동지들이 스스로 모이게 되었다. 선이 좋아서 출가를 했으니 선으로 교화를 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꿈결 같았다.


다시금 원불교 선을 응용해 마음병을 고치는 심리치료법을 개발하겠다는 당찬(?) 각오로 박사과정에 진학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산에서 인연이 되었던 분들과 다시금 선방을 열게 되었다. 바로 지금의 ‘서울길용선방’이다. 지난 몇 달간 ‘한울안신문’ 귀한 지면에 고운 글을 남긴 바로 그 이들이다.


혹자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상반된 선공부에 주력하는지 의아해 하기도 한다. 이럴 때 사회변화는 3단계로 진행된다는 ‘비노바 바베’(인도의 명상가, 사회운동가)의 다음 구절을 인용한다. “먼저 마음이 변해야 하고, 다음으로 삶이 변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전체 사회구조가 변해야 한다.”


대종사님은 이러한 우리에게 “마음병 고치는 의사”가 되라 하셨다. 마음병이 창궐한 세상의 고통이 극에 달하는 요즘이다. 10대 청소년 사망 요인의 첫 번째가 자살이란다. 오늘은 또 어떤 사건이 터질 것인지 뉴스 보기가 겁나는 나날들이다. 이러니 소태산의 제자된 우리에게 마음을 변화시키고 삶을 변화시키는 ‘제생의세’ 사명이 참으로 급하고 급한 사명 아닐까!


요즘 너무나 할 일이 많다. 전공 공부와 선방 진행, 외부 강의 의뢰도 그렇지만 원불교 선수행의 심리치료적 접근에 대한 생각, 회화를 응용한 집단상담 기법, 유무념을 활용한 인지치료, 원불교 교리에 바탕한 심리척도, 또 하나는 대종사님이 영산에서 방언과 법인기도를 마치시고 지친 심신을 쉬고자 행가하신 변산 일대를 치유의 성지로 체험하게 하는 ‘힐링스테이(Healing stay)’ 프로그램 개발 등 아이디어가 넘치는 데 몸은 하나이다. 그러나 느긋하게 생각하고 우보(牛步)하고자 한다. 안대를 벗어 보니 주위에는 응원해 주시고 힘 밀어주시는 좋은 스승과 도반이 너무나 많이 계시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지금 여기에서 사은님과 스승님을 모시고 정진 적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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