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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0.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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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요즘 청년 2 / 박성법 , (신림교당)

흔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이라는 말로 과거를 표현한다. 따뜻하고, 아름답고, 정(情)이 있고, 추억이 담긴 감정을 표현하는데 디지털과 대비되는 개념의 아날로그가 사용된다. 하지만 이제 디지털 시대도 10년을 훌쩍 넘어선다. 라디오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흔히 사용되지는 않는 사운드 블라스터(컴퓨터의 소리가 나게 하는 장치)나 부두의 그래픽카드(부두 사(社)의 컴퓨터 게임용 그래픽 장치) 같은 기기에서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묻어 나온다. 비단 기기에서 뿐 아니라 컨텐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로 대화를 해 본 첫 경험을 기억한다. ‘안녕’이라고 입력을 하면 ‘그래 안녕’ 이라고 대답해 주는 컴퓨터 프로그램과의 대화였다. 대부분의 대화가 동문서답으로 흘렀지만 열에 한 번쯤 그럴듯한 대답이 나오면 어찌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그 후 통신의 발전으로 컴퓨터를 통한 사람간의 대화가 가능해지고,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을 이용해 손쉽게 대화에 참여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2000년대 초반에 불었던 개인 홈페이지 제작 열풍을 기억하고 있다면 지금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으로 변화한 세대에서 세월의 흐름을 읽어낼 수도 있다.


모습을 달리하는 이런 컨텐츠들에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라는 카테고리를 붙인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나를 표현하고, 알리고자 하는 욕구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SNS는 새로운 개념의 발견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분과로써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변화하고 있는 서비스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 받고 싶어하고, 또 나를 표현함으로써 남을 알고 싶어한다. 홈페이지→미니홈피 →트위터, 페이스북으로의 이동은 편리하고 기민하게 나를 표현하는 동시에, 남을 더 소상히 알 수 있는 방향으로의 진화다.


‘주커버그 되었다’는 급격한 주가하락의 피해를 상징하는 증권가 속담이다.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는 작년 페이스북을 증시에 상장한 이후 급격한 주가하락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페이스북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IT시대의 속성에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 이상 모두가 관심 받지 못하는 페이스북의 방식에도 원인이 있다.


내가 관심을 받기 위해선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내 글과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만들고 , 댓글이 많이 달리게 하기 위해선 다수가 좋아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알고, 나도 그것을 좋아 해야만 한다. 이것은 세련된 정보를 생산하는 능력, 그리고 많은 인력을 가진 기업체가 기관이 사람들의 기호를 조작하는 것이 쉬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종 포털사이트의 기사에는 댓글을 달 수 있게 되어있고, 추천수가 가장 많은 댓글을 베스트 댓글로 소개한다. 이 베스트 댓글이 되기 위한 조건은 딱 두 가지다. 1. 최대한 빨리 댓글을 달 것. 2. 내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을 초반 5분 이내에 3명 이상 만들어 낼 것. 많이 좋아하는 정보가 가장 좋은 정보가 되는 것이며, 또한 그 많은 동조를 이끌어내는 일 조차 3,4명만 있으면 가능하다.


IT시대의 시작에서부터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가 정보의 홍수이다. 아주 손쉽게 개인이 정보를 생산해내고 있는 시대다. 그 속에서 여론 혹은 대세라고 믿는 것들에 내 생각을 내맡겨서는 안 된다. 나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누군가 원하는 내가 되지 말자. 누군가 ‘안녕’ 이라고 던져주면 ‘그래 안녕’이라고 대답하고 있는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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