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같이 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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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같이 보았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0.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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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82

어느 날 동사(東寺如會: 744~823) 선사를 따라 불전에 갔다가 참새가 부처님 머리 위에 똥을 싸는 것을 보고 승상(丞相) 최윤(崔胤)이 물었다.


“저 참새도 불성(佛性)이 있을까요?”


“있고말고.”


“불성이 있다면 어찌하여 부처님의 머리 위에 똥을 쌉니까?”


“불성이 없다면 그 위에 똥을 쌀 수가 있겠는가?”



남전(南泉普願: 748~834) 선사가 귀종(歸宗) 스님과 함께 길을 가다가 숲속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남전 스님은 꼼짝도 못하고 귀종을 불렀다. 귀종이 급히 앞에 나서며 한바탕 소리를 치니 호랑이가 슬금슬금 숲으로 사라졌다.


남전 선사가 물었다.


“자네는 호랑이가 어떻게 보였는가?”


“고양이같이 보였습니다.”


남전 선사가 말했다.


“나와는 좀 다르군.”


이에 귀종이 물었다.


“사형(師兄)은 호랑이가 어떻게 보였습니까?”


“나는 호랑이같이 보았네.”



사람은 간혹 생각이 들어서 실물과 모형(模型)을 혼동하는 수가 있습니다. 돌로 된 불상(佛像)이지만 숭고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참새가 우연히 생리현상을 보이는 것조차 불경스럽게 보입니다. 호랑이가 고양이같이 보였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이 들어서 맹수가 집에서 기르는 동물처럼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불상은 불상으로 보이고, 호랑이는 호랑이로 보여야합니다. 불상이 참 부처님으로 보이면 미신이 고개를 들고, 호랑이가 정말 고양이로 보이면 자칫 화를 당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하는 것보다 부처님의 상(像)을 높고 크게 만드는 일이 더 거룩하게 보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시절을 선천시대라고 합니다. 자기 안의 법신불을 깨쳐 진리적 수행을 하기보다, 세속적 부귀영화의 상징인 황금을 가져다 부처님에게 입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대는 선천시대입니다.(부처님은 도리어 물질적 사치를 버리라고 하셨지요.)


사실, 후천개벽시대는 세월이 지난다고 저절로 오는 시대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들 각자의 마음에 달린 것입니다. 진리에 바른 눈을 뜨면 지금이 후천개벽시대이고, 미신과 요행에 마음이 사로잡히면 아직 선천미명(先天未明)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일원상도 다만 진리의 표상일 뿐, 진리로 보지 말아야합니다. 일원상이 진리로 보이면 ‘진짜’ 진리를 볼 수 없습니다. 참나[眞我, 自性]를 가리키는 대종사님의 본지(本旨)를 놓치면 둥그런 일원상도 고작 기복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하얗게 내리는 눈[雪]을 밀가루로 비유하면, 그것이 비유인 줄 알아야지 밀가루를 받겠다고 나갈 일은 아닙니다. 언어명상으로 이를 수 없는 진리적 상징을 실상(實相)으로 착각하면 불보살께서 나를 미혹(迷惑)으로 인도한 셈이 되어버립니다. 바른 눈으로 진리를 찾지 않는다면, 모양에 사로잡힌 우리의 생각은 늘 우리를 그릇된 길로 끌고 갈 것입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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