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풍아의 지역사회개발사업 3 / - 송아지 목축사업, 환경보호운동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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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풍아의 지역사회개발사업 3 / - 송아지 목축사업, 환경보호운동 (2011~)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0.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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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아프리카의 어머니 김혜심 교무, "시아봉가, 꼬레아!" 20

여성들과 청소년·청년들의 직업훈련 덕분에, 재봉틀 소리며 빵굽는 냄새로 활기차진 스와지랜드 까풍아의 원광센터. 제법 커진 살림에 하루에만도 유치원생부터 수백명이 드나드는 가운데, 김혜심 교무는 문득 그동안 놓치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직장을 잡거나 작은 자영업마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가족들은 여전히 가난을 탈출할 수 없다는 것. 집에 있으면서도 할 수 있는 수익사업이 필요했다. 그때 김 교무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가축이었다.


새끼를 잘 길러 또 새끼를 낳아 파는 것은 한국 농가에서도 여전히 하고 있는 큰 수익사업이다. 더러는 빚을 내어 큰 마음을 먹고 건강한 송아지나 아기돼지를 들여 잘 키워내면 아들딸 학비도 되고, 빚도 갚을 수 있었다. 김 교무는 까풍아의 최극빈층 가정에 아기돼지들을 분양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교무님, 차라리 소를 기르는 게 돈도 덜 들고 손도 덜 갑니다.”


생각해보니 주로 사람들이 남긴 음식 찌꺼기를 먹는 돼지들인데, 까풍아는 사람 먹을 것도 귀해 쉽지 않을 듯 했다. 게다가 소는 군데군데 있는 풀을 먹고 사니, 이 사업은 곧 ‘송아지 목축사업’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2011년 KOICA의 지원으로 한 마리에 60만원 정도인 암송아지 15마리를 구입했다. 소를 볼 줄 아는 주민 대표들과 멀리 떨어진 젠젤레 농장에까지 가서 싣고 오는 내내 콧노래가 절로 났다. 이 송아지들이 무럭무럭 자라 새끼를 낳으면, 그 첫 송아지들은 다시 다른 가난한 가정에게 분양시키고 두 번째 송아지부터 개인소득이 된다. 내가 받은 은혜를 잘 키워 나보다 먼저 더 어려운 이웃에게 주는 것, 가난의 대물림이 아니라 은혜의 대물림인 것이다.


암송아지 한 마리씩 분양받은 15가정의 가족들은 웃음을 지으며 힘차게 송아지를 몰고 갔다. 모르는 것은 서로서로 묻고 도우며 첫 탄생이 시작될 2년 후를 기약했다. 이내 15마리 중에 한 마리가 뱀에 물려 죽고, 또 한 마리는 비닐을 삼키는 바람에 목이 막혀 죽는 불상사가 일어났지만, 나머지 13마리는 씩씩하고 건강하게 이내 자라고 있다.


이 송아지 중 한 마리를 분양받은 17살 센쪼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남학생으로, 인근 깔람들라 초등학교에 다니다가 에이즈 증세가 심해져 학교를 중퇴한 아이였다. 제대로 걷지도, 앉아있지도 못했던 초등학생 센쪼를, 김혜심 교무는 매주 수요일 펼치는 중증환자 재가방문치료에서 만났더랬다. 심한 증세로 괴로워하는 센쪼를 김 교무는 더욱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먹을 것도 더 챙겨주고, 약을 잘 먹었는지도 꼬박꼬박 체크하며 늘 기도하고 응원했다. 김 교무의 정성이 통한 것일까, 심각한 위기를 넘긴 센쪼는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만큼 회복이 되었고, 키까지 훌쩍 커서 예전에 중퇴했던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초등학생들과 등하교를 하는 멀대같은 센쪼의 모습은 재미있으면서도 마음이 짠했다. 유난히 동물을 좋아해 분양받은 송아지도 애지중지하는 센쪼, 김 교무는 센쪼의 송아지가 잘 자라 제일 먼저 새끼를 낳지 않을까, 슬그머니 기대해본다.


죽은 송아지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비닐을 삼켜 목이 막혔듯, 까풍아를 비롯한 스와지랜드 전체가 함부로 버린 쓰레기와 배설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쓰레기를 치우는 개념 조차 없었던 2000년대 초반, 김혜심 교무는 동네 청소에 솔선수범하며 원광유치원 어린이들, 주민들과 함께 쓰레기 줍기와 태우기, 산사태 방지를 위한 나무 심기, 나무 함부로 자르지 않기 등 몇가지 원칙을 세워 환경보호캠페인을 벌여왔다. 처음엔 이 귀찮은 걸 왜 하는지 불평했던 아이들과 주민들은, 이제는 누가 보지 않아도 먼저 쓰레기를 주워 센터의 쓰레기통에 넣는 등 많은 변화로 내 지역 아끼기에도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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