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의 제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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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의 제왕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1.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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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요즘 청년 / 박성범 , (신림교당)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듣기 싫은 줄 알면서도 한다. 이 말들은 쓴 소리 혹은 충고 정도로 순화되어 표현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충고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충고 중에서도 꽤나 듣기 싫은 충고가 있다. 듣는 사람이 가려서 들을 줄 알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말하는 이 또한 바로 소리 낼 줄 알아야 한다.


칭찬보다는 혼내는 편이 훨씬 재밌다. 사람은 본디 선하다는 것을 믿지만,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을 재미있게 여기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을 적절히 까내리면 상대적으로 자신의 지위가 올라간다. 그리고 칭찬보다는 욕을 하는 편이 자신을 드러내기가 쉽다. 이것은 욕하는 사람의 소양이 약한 경우에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소위 ‘먹히는’ 수법인 것이다.


어떤 견해를 부정하는 것은 새로운 사실을 주장하는 것 보다 쉬운 경우가 많다. 책의 저자가 모든 내용을 감수하는 것보다 그 중 한 문장만 읽은 독자가 맞춤법을 지적하기 쉬운 이치와 같다. 실제로 인터넷 세상에서는 ‘맞춤법이나 똑바로 쓰시지’ 라는 댓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쁜 현상이라고만은 볼 수 없지만, 그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교양있는 사람임을 자처하는 꼴이 고깝다. 최소한 존댓말 정도는 쓰는 교양을 보이자.


인터넷에서는 자신이 누군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보통 닉네임으로 글을 작성하고, 실명이라고 할지라도 실제로 글을 쓰는 대상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래서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할 지라도 ‘아님 말고’ 식의 발뺌이 쉽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주장이다. 인터넷에서 가장 옳은 주장은 대중의 입맛에 맞는 주장이다. 대중의 심기를 거스르는 주장은 마녀사냥에 버금갈 정도로 지탄받고 도태된다. 특히나 비난의 대상이 익명의 공간이 아닌, 현실 세계의 인물일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최근 문제가 되었고 잘못된 주장으로 밝혀진 가수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혹, 그리고 심심찮게 달리는 연예인에 대한 악성 댓글들이 모두 이러한 문제들을 나타내고 있다. 그들에게 사실 여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웹에 올린 글에 맞춤법이 지적 받으면 기분이 좀 상한다. 인터넷에 내가 올린 글이 정면으로 반박받고 그것이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으면 이마 끝까지 시뻘게져서 몇 시간이고 모니터 앞에 앉아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욕하는 듯한 기분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에서 벌어진 설전이 토론회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진중권 교수와 ‘간결’ 이라는 ID를 쓰는 한 네티즌이 화상연결을 통해 토론회를 열었고 이것이 인터넷으로 생중계 되었다. 진중권 교수는 화려한 언변과 토론의 ‘기술’로 상대를 제압했다.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상대의 논리를 해체하는 과정은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오게 했다.


애석하게도 우리는 상대방을 더 잘 공격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토론 전에 ‘간결’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토론을 표방하였으나 단순히 재미있는 토론이었다. 토론은 기술의 경연이 될 때 오락으로 분류되어야 마땅하다.


기왕 익명이 보장되는 김에 낯간지러워서 못하는 칭찬을 인터넷 위에서라도 하자. 사실 이 글이 옳다고 하기에는 글 전체가 듣기 싫은 소리라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러나 틀렸다고 지적이라도 해주면 그것이 관심이다. 그렇지만 칭찬이면 더욱 좋겠다. 고래 조련사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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