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 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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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 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구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2.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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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문학과 힐링 1 / 이혜화 , (전 원불교서울문인회장)

새해! 엊그제 묵은해를 보내느라 송년회니 망년회니 하며 끼리끼리 모여 떠들썩하게 보낸 이들도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사뭇 다릅니다. 한편으론 숙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새로운 시작, 새로운 희망, 새로운 기대로 마음이 설렙니다. 설령 그 기대가 허무하게 무너질지라도 설날 아침에 저마다 가지는 꿈을 누구도 탓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남들이 희망과 기대로 설레며 맞이하는 새해를 오히려 무거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아니, 남들이 희망을 말하고 기대에 부풀어하면 할수록 더욱 절망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입니다. 묵은해의 좌절과 실패의 연장선에서 내일의 희망도 미래의 꿈도 차압 당하고 숨죽인 채 몸부림치는 당신을 봅니다.


사방이 거의 지평선으로 둘러싸인 몽골 초원, 거기서 그들의 천막집인 ‘게르’에 여장을 풀고 하룻밤을 지낼 기회가 있었습니다. 깊은 밤중에 ‘게르’를 나와서 하늘을 우러르던 나는 얼떨결에 와아! 하고 놀랐습니다. 불빛도 달빛도 없는 밤하늘에 와그르르 쏟아져 내려올 듯한 별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한 하늘엔 닥지닥지 열린 작은 얼굴들이 저마다 애틋한 눈짓으로 나를 유혹하는 듯했습니다.


저 별들이 몇 개나 될까요? 천문학에서는 우리가 사는 은하계의 별들이 자그마치 1천억 개나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주에는 이런 은하계 크기의 천체가 다시 1천억 개가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재미난 것은 우리 뇌입니다. 생물학에서는 우리 인간의 뇌가 1천억 개의 세포로 구성되었다는 것 아닙니까. 망원경으로 보는 별들의 수와 현미경으로 보는 뇌세포의 수가 둘 다 1천억 개라는 것을 연결고리로 하여 우리의 상상력을 펼쳐 보면, 와우! 얼마나 멋질까요?


우주를 상대로 인간의 크기를 따진다면 먼지 같고 미생물 같은 하찮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뇌세포는 그 속에 하늘의 별만큼 많은 꿈과 사랑을 품을 수 있다는 상상을 해 보면 어떨까요.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동양에선 예로부터 인체를 소우주라고 했는데 그것도 괜한 소리가 아닙니다. 우주만큼 신비한 꿈, 은하만큼 아름다운 사랑을 품을 수 있으니까요.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인간의 존엄한 가치와 무한한 가능성을 긍정합시다. 판타지와 현실은 뫼비우스의 띠로 엮여 있습니다. 운명의 은하계를 향하여 꿈을 싣고 달립시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일제강점기의 탄압과 6.25전쟁의 혹독한 시련으로 시달리던 시절에, 젊은이들이 위로받던 작품 가운데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시 한 편이 있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마라 / 슬픔을 참고 견디면 / 머지않아 기쁜 날이 오리니 /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 오늘은 한없이 우울하다 해도 /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지나가는 것 / 그리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는 것이려니.


시로서는 별로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없지만 번역이 가지가지로 나올 만큼 요즘에도 인기가 식지 않는 듯합니다. 다음 시는 박두진 시인의 <해> 일부입니다. 암담하던 젊은 시절 이 시를 읽으면서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은 개인적 기억이 새롭습니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 //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아침마다 싱싱한 얼굴로 솟아오르는 해를 보며 힘을 냅시다. 우리도 푸른 바닷물에 아침마다 세수하고 나오는 태양처럼 그렇게 일어섭시다. 언제까지나 지금 그대로 있을 것처럼 절망하여 주저앉지 맙시다. 절망과 고독에 몸서리칠 때는 동심으로 돌아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추억의 만화 <들장미소녀 캔디>가 부르는 노래라도 들으며 새해맞이를 하면 어떨까요?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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