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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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로 가는 길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2.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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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95

“유마경에 이르기를 “정토를 얻고자하거든 마땅히 그 마음을 깨끗이 하라(欲得淨土 當淨其心)”고 하셨는데, 무엇이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입니까?“


“필경청정으로 깨끗함을 삼는다(以畢竟淨爲淨).”


“무엇이 필경청정으로 깨끗함을 삼는 것입니까?”


“깨끗함도 없고, 깨끗함이 없음도 없는 것이 곧 필경 청정함이다.”


“어떤 것이 깨끗함도 없고 깨끗함이 없음도 없는 것입니까?”


“어디에서나 무심(無心: 망상분별이 없음)이 깨끗함이니, 깨끗함을 얻었을 때에 ‘깨끗하다’는 생각을 내지 않음이 곧 깨끗함이 없음이며, 깨끗함이 없음을 얻었을 때 또한 ‘깨끗함이 없다’는 생각도 하지 않음이 곧 깨끗함이 없음도 없는 것이다.”《돈오요문, 대주혜해 선사》



한해가 저물고 또 새로운 한해가 오고 있습니다. 새해엔 어떤 목표를 세우셨나요.


불경에 서방정토(西方淨土)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중생들의 삼독오욕(三毒五慾)으로 가득 찬 더러운 땅[穢土]이며, 저 멀리 서쪽에 부처님이 사는 깨끗한 땅[淨土]이 있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지구는 둥글어서 서쪽으로 계속 가면 제 자리로 돌아오고, 깨끗함과 더러움은 ‘마음’이 구분 짓는 것이라, 서방정토란 마음을 떠나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착한 사람은 자기가 착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요. 자기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진정 착한 사람이라 할 수 없습니다. 착하면서도 스스로 착하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착한 사람이지요. 마찬가지로, 깨끗한 마음은 그 마음에 ‘깨끗하다’는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어야 참으로 깨끗한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깨끗하다는 생각이 없을 때, ‘깨끗함이 없다’는 생각조차 또한 없는 것이 필경(畢竟) 깨끗함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은 더럽고 깨끗함을 다 떠난, 우리 본래의 마음[心地]이지요. 그리고 모든 부처와 성인[諸佛諸聖]의 마음입니다. 또한 우리 주위에서 보게 되는 티 없이 맑은 아기들의 마음입니다. 아기들은 마음이 맑고 깨끗하면서도 스스로 그런 상(相)이 없기 때문에 참으로 깨끗한 것이지요.(일체가 구족한 성품을 갖춘 아기들이 어른과 다른 점은 다만 ‘지식’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식은 배움과 경험을 통해서 얻는 것이지요.) 이처럼 참으로 깨끗한 마음은 깨끗함도, 깨끗하지 않음도 없는 허공같이 빈 마음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마음을 이렇게 지닌다면 언제 어디서나 바로 ‘불국정토’에 든다는 말씀이지요. 앉든 눕든 일하든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있지도[有] 없지도[無] 않고, 더러움[垢]도 깨끗함[淨]도 없는 수도인의 성성적적(惺惺寂寂)한 그 마음이 바로 정토극락인 것이지요. 새해엔 우리 모두 이 마음자리를 되찾아서 다함께 불국정토에 머물기를 축원합니다.



욕득정토정기심(欲得淨土淨其心)


삼천년전고경운(三千年前古經云)


하일태양미승조(何日太陽未昇照)


지유편운천하음(只由片雲天下陰)



심약원명리구정(心若圓明離垢淨)


당장불이불성심(當場不異佛聖心)


법신상적절시공(法身常寂絶時空)


만상함묘장영신(萬象含妙將迎新)



정토를 얻고자하면 그 마음을 깨끗이 하라 / 삼천 년 전 옛 경전에 이르셨네 / 해 떠서 비추지 않은 날 언제 있으랴 / 다만 한조각 구름으로 천하가 그늘지네.


마음 두렷이 밝아 더럽고 깨끗함을 떠나면 / 바로 부처와 성인의 마음과 다르지 않네 / 법신은 늘 고요하여 시공(時空)이 끊어졌으나 / 만물은 묘용을 머금고 새해를 맞이하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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