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족상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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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족상락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3.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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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울안 칼럼 / 김성규 , (분당교당)

‘지족상락(知足常樂)! 처지를 살펴 욕심을 줄이고 만족할 줄을 알면 즐거움이 가득하리니.’


선현(先賢)들은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분수에 맞는 삶을 살라고 가르친다. 장부(丈夫)가 인생을 살면서 제 분수와 본분(本分)을 지켜 떳떳하게 살아가는 즐거움 말고 무엇을 더 바랄까만, 세간(世間) 인간들의 욕망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국회 청문회 같은 데에서 ‘잘 나가던’ 사람들이 떳떳치 못한 자신들의 전력(前歷)으로 하여 스스로의 인생에 부끄러운 족쇄를 채우고 곤욕을 치르는 모습들을 보면, 이 시대에 ‘작은 삶’에 자족(自足)하며 소리 없는 수신지분(修身持分)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돌아보게 된다.



산하대지(山河大地)에 봄의 숨결이 가득하다. 무겁고 답답하던 거리도 이제 새로운 봄기운으로 부산한 느낌이다. 자연(自然)은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다고 하였던가. 하지만, 한 겨울 달려온 노독(路毒) 때문인지 쉽사리 자리를 차고 나설 마음을 내지 못하는 요즈음이다.



주변을 돌아본다, 무언가 종잡을 수 없이 어수선한 분위기다. 새 정부가 출범하여 정부형태도 채 갖추기 전부터 내외정세가 앞뒤 없이 소용돌이를 치고 있다. 당장 우리의 안전과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북핵문제 등 시급히 풀어나가야 할 난제(難題)들이 산적(山積)해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국(政局)은 짙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모두가 결연히 하나가 되어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총력을 다 한다 해도 모자랄 판국에 적전(敵前) 오합지졸의 형국(形局)을 빚고 있다.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기 이를 데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적 대통합과 리더십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국론을 통합하고 이끌어 갈 확고한 정신적 지표와 철학, 그리고 그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모르는 우리들의 ‘마음의 벽(壁)’이 아닌가 싶다.



말로는 하나 같이 양보와 포용, 상생(相生)을 부르짖으면서도 저마다 자신들의 마음에 커다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제 뜻과 제 주장만을 고집하며 상대를 탓하고 있으니 말이다. 조금만 물러서서 ‘나’를 버리면 환하게 탁 트인 길이 보이는 것을, 한 발짝도 물러설 줄 모르고 하루같이 자신들의 주장과 시비이해에만 몰두하고 있는 저 ‘마음의 병통’들을 보면 참으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울울한 심사(心思)를 가눌 수 가 없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꼭 비탈길에서 ‘고장 난 전차’를 탄 기분이다. 산하대지엔 새로운 생명이 약동하는 새 천지가 열리고 있건만, 아직도 우리는 어두운 동토(凍土)의 긴 터널 속에서 제동이 걸리지 않는 전차를 타고 헤매는 것 같아 여간 마음이 편치가 않다.



내가 먼저 사무사(思無邪)의 정념(正念)으로 마음의 빗장을 열고 나아가면 모든 것이 봄눈 녹듯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터이건만, 언제나 그 놈의 속 좁은 이기(利己)와 아집, 양보와 포용을 모르는 ‘마음의 벽’이 문제인 것이다.



봄이다! 이제 가슴을 활짝 열고, 긴 호흡을 내 쉬어보자. 먼저 나부터 마음 속 울을 거둬내고 가볍게 속내를 풀어보자. 그리고 이해와 포용, 대동융화의 손을 내밀자. 세상의 모든 고뇌와 병통은 다 나 자신의 자존과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으로 비롯된다 하였거늘, 이제 우리 모두 마음 속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고 밝고 산뜻한 자연 속 상생(相生)의 봄을 찾아 나서자. 안분자족(安分自足)의 가벼운 마음으로 나 스스로를, 그리고 상대를 섬기는 불공에 나서자.


진정(眞正)으로 지성(至誠)을 다하면 돌부처도 웃으며 되돌아 앉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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