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희망 그리고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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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희망 그리고 그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3.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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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성천의 책읽어주는 교무 2 / 국성천 교무 , (교육부 정책인재, 서강대 대학원 학국사 전공)

봄바람이 시작되면 마음에 여운이 남는 어떤 교무가 있다. 2005년 1월 호주로 어학연수를 왔던 한 초등학생이 해변에서 놀다가 파도에 휩쓸리자, 그를 구하고 자신은 끝내 나오지 못했던 교무. 故김충식 교무이다. 살아있는 날 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그 어린아이에게, 그는 희망을 주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필자는 늘 생각해본다. ‘난 과연 그 누구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지구촌에는 60억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다. 그 중 10억 이상은 절대 빈곤으로 허덕이며, 또 다른 10억은 최저생계비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중 이 20억 인구를 위해 부와 명예, 이념, 종교, 인종, 정계를 넘어 활동하는 의사들이 있다. 바로 ‘국경없는 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가 그들이다.


이들은 자연적·인위적 재난의 희생자와 무력분쟁의 피해자, 고통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어떠한 경계나 제약에 관계없이 원조를 제공한다. 인도주의 원리로서 인간의 권리를 위해 ‘중립성’과 ‘공평성’을 준수한다. 기존 NGO단체나 국제적십자사 등에서 실행한 사업들과 다를 바 없이 보이지만, 이들은 철저한 순수자원봉사기구이다. 여기서 ‘순수자원봉사’란 봉사라는 명목으로 국가간협정내지, 어떠한 틀에 묶여 거래적 성격의 임무를 하지 않음을 말한다. 또한 홍보적 사업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운영도 75%는 자원봉사자들의 기금으로 움직이고,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을 경우 유엔에서 보조를 받는다. 또한 지원활동에 있어서도 제3세계나 개발도상국만을 국한하지 않는다. 이들은 철저히 사람으로서, 인간 그 자체의 권리와 존엄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고 헌신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이들이 구성하게 된 직접적 동기와 주요활동 그리고 그 속에서 오는 갈등과 고충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고통의 세계·암흑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 간접경험하게 한다. 특히 인간이 낳은 탐욕의 불씨가 이 인류를 파괴하고, 그로인해 가져온 그 참혹한 세계가 얼마나 우매한 것인가를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국경없는 의사회’는 단순히 물질적 빈곤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정신적 곤궁의 치료를 목적하고 있다. 물론 그 동안 이러한 성격의 책들은 많이 출판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NGO 단체 중, 최초로 북한에 구호활동을 갔으며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 이유가 이 책에 담겨있다.


「우리 자원봉사자와 직원들은 매일매일 존엄성을 침해받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일합니다. 이들 자원봉사자는 세상을 좀 더 견딜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에 그들의 자유를 바치기로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세계의 질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거창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인도주의적 소박한 다음 한 가지만을 추구합니다. 인간 개개인이 가장 어려운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 한번에 붕대 하나씩, 또 한번에 봉합 한 번씩, 또 한번에 예방주사 한 대씩.」


이 말은 책 중간에 있는 것으로써, 국경없는 의사회 회장 ‘제임스 오르빈스키’가 199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며 남긴 말이다. 희생과 헌신이라는 것이 어떠한 특수행동으로부터 형성되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일상에 주어진 서로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에서 시작되는 소박한 선물이라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방언공사를 시작하였을 때도, 정산 종사께서 해방 직후 전개했던 전재동포구호사업의 그 시작도, 현재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인류의 약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많은 교무들도, 어쩌면 우리 일상에 대한 소박한 관심, 이웃, 그 자체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살신성인과 무아봉공이라고 하였다. 내가 얻지 못해 괴로워하기보다 남에게 더 주지 못해, 더 안아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그래서 그러한 나를 안타까워하는 세상. 요즘 살아가는 이 사회에 너무나 필요한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이것은 어떠한 목적도 아니요, 거래도 아니다. 이 화창한 봄날에 솟아오른 작은 꽃망울처럼, 그대! 경계도 이념도 없는 그 순수하고 숭고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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