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전달자, 은혜의 전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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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전달자, 은혜의 전달자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3.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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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울안 칼럼 / 양명일 교무 , (서울교구 사무국장)

“교무님, 서울 올라가시고는 세련돼지셨네요.”


후배 교무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그말에 혹여나 해서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옷도 새로 사 입은 것도 아니요, 변화도 없고 예전 그대로인데, 요즘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도대체 왜 그럴까? 어디가 달라진 것이지? 거울을 쳐다보아도 모르겠고, 내 모습을 바라보아도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은 그 후배 교무의 말을 들으면서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모습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서울로 근무지를 옮겼다는 그 이유가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다르게 보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사람들은 서울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 그리고, 서울은 다른 곳과 다르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대치를 높이 평가한다. 그동안 익산 총부에서, 경상남도에서 지내던 녀석이 서울로 올라갔으니, ‘촌놈 티를 벗겠지’라는 기대치를 가지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죽산 교구장님을 모시고 서울교구 사무국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 벌써 70여일째 지나가고 있다.


처음 서울교구 사무국장으로 부임을 하던 날, 참 감회가 새로웠다. 중고등학생 시절, 학생훈련 간다고 서울회관을 오르락내리락 하던 모습. 훈련 떠나는 학생들에게 ‘훈련은 재미로 놀러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해주시던 월산 김일상 교무님의 사무장 시절의 모습. 변산, 영산성지, 신도안으로 훈련 가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부교무 시절, 지금의 경산 종법사님께서 서울 교구장으로 재임하고 계실 때, 항상 교구사무국에 찾아오는 부직자들에게 “너가 누구냐? 너가 누구냐?”라고 항상 물어보시면서, 늘 깨어있도록 하시었고, 성리에 표준을 두고 살게 하셨다.


서울에 올라오니, 여기저기 그동안 잊고 지내오던 추억들이 생각나면서,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추억들이 있었음에 행복함을 느낀다. 그리고 감사를 드린다. 또한 내가 받은 은혜에 감사를 올린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내가 받은 행복과 은혜를 이제는 갚기 위해서 서울교구로 발령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교단은 원기 100년을 맞이하여 분주하게 백년 성업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교구가 원기 100년 안에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교구자치화 시대를 맞이하여 모범적인 교구자치화 형태를 보여 주어야 하는 기대치가 높다. 내가 서울에 근무한다는 사실 하나만을 가지고 세련되게 바뀌어야 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교화대불공은 꼭 이루어내야 하는 과제이다. 인구 1천만 명 이상이 사는 서울은 바로 원불교 교화 1번지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꼭 교화대불공이 이루어진다면 그 효과로 다른 지방에서도 이루어 질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동안 교화 성장이 멈추어 있었던 20여 년 동안 마음 고생하시며, 교당의 버팀목이 되셨던 재가, 출가교도님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다시 짓게 하는 것이다. 행복한 추억을 되살려 다시 한 번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법의 희열을 느끼도록 하는 일이 그 어떤 정책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다짐하고 기도한다. 내가 서울에 올라와서 지나간 추억에 대한 행복감을 찾게 되었듯이, 우리 재가, 출가 교도님들도 더 이상 지치지 않고, 또 추억에만 갇혀있지 않고, 은혜를 느끼고, 은혜를 베풀며, 인정미 넘치는 서울을 함께 만들어 가도록 희망의 전달자, 은혜의 전달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오늘도 나는 서울회관으로 출근한다. 여러 사람들의 기대치에 벗어나지 않도록 ‘세련’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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