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에서 나오는 채움 , - 이용포, '유일한 . 정직과 나눔을 실천한 참된 CEO', 작은씨앗,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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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에서 나오는 채움 , - 이용포, '유일한 . 정직과 나눔을 실천한 참된 CEO', 작은씨앗, 2007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7.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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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성천의 책 읽어주는 교무 8

요즘 기업의 CEO들이 인문학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반 TV프로그램 방송에서는 연일 모 기업회장이 나와 비즈니스를 하려면 ‘논어’를 읽어야 한다든가, 기업 경영을 알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요시 하는 것이 곧 기업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 같은 현상들이 일어나기 시작한 이유에는 21세기 IT 산업의 혁명으로 불리던 ‘스티븐 잡스’의 영향력이 한몫했다. 자본주의의 기업경영이 단순한 이윤획득의 목적이 되더라도 이를 움직이는 운용의 원리를 인문학에 맞춘 것이었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인문학을 알았다고 해서 자본주의와 기업경영의 목적인 ‘이윤획득’의 영리원칙까지 변화하고자 했을까?


1971년 4월 8일, 모 약방기업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유언장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그는 유언장을 통해 탈세와 정치자금이 없는 회사를 만들라며,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았고 자신의 아들과 아내에게는 한 푼의 유산도 남기지 않았다.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원칙으로 이를 기꺼이 실천한 것이었다. 그 회장이 누군가하면 바로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柳一韓, 1895 ~1971)이다.


구한말, 세계는 제국주의의 풍파가 날로 거세게 몰아쳤고, 당시 조선 역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조선은 더 이상 의지할 곳도 도망갈 곳도 없었다. 이에 결국 을사늑약이라는 치욕적인 역사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1905년, 많은 한국인들은 일제의 능욕을 당하며 살 수 없다는 결심으로 더 이상 희망도 없는 조국을 떠나 만주와 러시아, 미국 등으로 향하였다. 가족을 위해서, 조국 독립을 위해서 이들은 모든 삶을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이 중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노동을 위해, 유학을 위해 떠난 자들이 7200여명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과 유학은 결코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만 살아가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갖은 핍박과 역경 속에서 조국광복을 위해 독립자금을 지원했고, 임시정부를 설립하려 모금을 하였던 것이었다. 하루 한 삯의 피눈물 나는 노동의 대가를 바로 조국을 위해 바쳤던 것이었다. 그 중 유일한 역시 민족의 실력양성과 경제적 자립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유학을 떠났으나, 1926년 다시 귀국하여 유한양행을 세웠던 것이었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민중의 건강과 생활 향상에 진력하고 민족자본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그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다른 민족 운동가들과 무엇이 다를까 하겠지만, 필자는 ‘개인과 사회와 기업 그리고 자본주의’라는 이 카테고리 속에 유일한을 비롯한 당대 민족 자본가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정신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이 사회가 추구하고자 하는 자본주의의 기업경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말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그의 일대기를 통해 작게는 나 개인의 공적정신과 더 나아가 인류공인의 표준을 알게 해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대산 김대거 종사는 「대산 3집」에서 “이 회상은 오만년 대운의 회상인데 권리와 명예와 재물을 자기 앞으로 돌리려고 하면 되겠느냐. 자기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면서 만에 하나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은 큰 일 할 수 없다. 언제나 공은 먼저 공중에게 돌려야 한다. 이는 당연한 일이요 엄격한 진리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몇 억, 몇 조를 벌어들이면서도 인간을 인간답게 생각지 않고 오로지 이윤 그 자체의 성공만으로 이 사회에 우뚝 서고자 했던 수많은 CEO들이여! 자기 삶의 온 생명을 버려가며 모으고 모아, 이 땅의 조국광복이라는 꽃을 피우고 그 흔적마저 빈손으로 떠나갔던 민족자본가들을 한 번 보라. 우리 한국의 진정한 CEO는 바로 이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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