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없이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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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없이 살아보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7.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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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알콩달콩 생명이야기 / 이태은 , (원불교환경연대)

‘천지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천주교 창조보전연대가 마련한 ‘화석연료없이 살아보기-핵발전을 넘어서’ 주제성구이다.


‘화석연료 0(Zero)’로 2박 3일을 살 수 있을까? 의심 잔뜩 품고, 두 번째날 불자(佛子)인 친구와 화성 성바오로 수도원으로 차를 달렸다.


네비게이션에 의존해 꼬불꼬불 산길로 돌아간 성바오로수도원에서 터져나온 첫 일성은 “앗, 추워”.


30도를 넘는 여름날씨인데, 서울에서 조금 떨어졌고, 산속으로 조금 더 올라왔을 뿐인데 기온은 뚝 떨어져 있었다. 서둘러 웃옷 겹쳐 입고, 어두워진 산길을 두리번 거리니 옹기종기 텐트촌이 눈에 띈다. 축전식 자전거발전기 5~6대에 핸드폰들을 충전해 놓고 사람들은 간데없다. 왁자할거란 추측이 빗나가 난감한데 강당인 듯한 건물에서 남자분이 나오신다. 가까이 보니, 며칠 전 종교인 대화마당에서 만난 수사님이셨다. 수사님의 안내로 들어간 강당은 어둠속에서 활동사진들이 빛나고 있었다.


“오늘 수레를 타보니 어땠어?” “수녀님이 끌어주셔서 더 재미있었어요.” 예닐곱살의 어린아이는 수레 탄 자신의 사진을 설명중이다. 장작을 처음 팼다는 수녀님, 장작 패는 수녀님을 처음 보았다는 아이들, 아침에 만든 개떡과 수제비의 맛자랑까지 하루일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 마이크, 빔프로젝트, 노트북은 하루종일 자전거발전기로 충전한 축전기를 쓰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우연히 옆에 앉게된 양기석(창조보전연대 대표)신부님을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 드리니, 기어이 앞으로 불러내신다. 졸지에 원불교, 불교 대표가 되어 버린 우리는 진심어린 환대를 받았다. 종교간 자폐증을 극복하고 울을 넘어야 할때라는 이현주 목사님의 말씀이 몸으로 피어나는 것을 느낀다.


산중의 하늘은 별과 달을 선명하게 내어준다. 파카까지 준비한 이도 있다. 캠프파이어에서 타오르는 장작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수다들은 느리고 자연스럽다. 손님대접을 받은 우리는 텐트가 아닌 강당 침낭에서 깊은 잠을 잤다.


뻐어꾹 새소리와 아이들 재잘거림에 눈을 뜨니 아침이 부산하다. 천막을 둘러 만들어놓은 세면장엔 주인장의 섬세한 마음쓰임처럼 구석구석 들꽃들이 놓여있다. 죽염으로 이만 닦고 세수는 ‘패스’다. 2박3일 화석연료 없이 숲속에서 생활하다보니, 세수는 바람에 맡겨버렸다는 아가씨의 말만 믿고 말이다.


수사님의 지도로 동그랗게 모여 생명평화의 40배 몸기도를 한다. 몸을 낮춰 자연과 자연스러워지는 삶을 위해 기도한다.


아침이 되니 어둠에 어렴풋했던 물체들이 또렷이 들어온다. 가장 눈을 끈 것은 로켓나무화덕이다. 캠프에 들어오면 먹는 일을 위한 작업부터 한다. 식용유나 페인트 통을 잘라 연통을 연결해서 만든 화덕은 2박3일동안 장작냄새와 함께 식사를 담당했다. 그앞에 장작을 넣고 밥이 끓기를 기다리는 엄마와 아이들의 모습은 ‘오래된 미래’이다.


감자, 계란, 푸성귀로 아침을 먹고, 마지막 미사를 드린다.


참가자들은 소감을 함께 나누면서 생태뒷간의 진화를 칭찬한다. 먹고 싸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이제 4회째를 맡는 ‘화석연료없이 살아보기’에서 가장 힘든 문제를 해결한 듯 하다.


화석연료 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냐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다만, 전제는 ‘덜 쓰는 삶’이다.


올해는 엿보기에 그쳤지만 내년에는 온전한 참여를 다짐하며, 먼저 길을 내어주신 이웃종교 도반들에게 감사의 정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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