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연못과 그 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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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연못과 그 연원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7.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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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길튼 교무의 정전산책 6

『수양연구요론』의 문목 38항에 “부처님 말씀에 네 가지 지중한 은혜를 알아 그 은혜를 갚기로 연구할 사”가 나옵니다. 이를 근거로 사은의 교리는 불교의 사은에 연원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불교의 사은도 네 종류가 있으며 보통 ‘국왕은’을 “천지은”에 ‘부모은’은 “부모은”에 ‘중생은’은 “동포은” ‘삼보은’은 “법률은”에 배당하여 관계 짓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불교의 사은 교리가 불교의 사은과 어떤 사상적 연관성은 있다 해도 직접적인 부합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관계성을 너무 강조하면 억측이 됩니다. 다만 대종사님께서 당신의 구도와 대각의 체험을 통해 사은교리를 천명하시고 과거의 사상 특히 불교 사상에서 연관된 면을 존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종사님의 사은도 모든 것이 서로 인연되어 존재한다는 연기(緣起)사상에 근거하면서도 이 연관성을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 생명의 관계로 다시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종사님께서 대각 후 금강경을 보시고 석가모니불을 성인 중의 성인이라 하여 당신의 연원을 불법에 대신 것(서품 2장)과 유불선 및 모든 사상에 맥을 댄 것은 기존 사상에 대한 존중과 일원의 진리에 연계하여 통합활용하는 일원화(一圓化)의 측면이 있습니다.


# 연못(淵)과 그 물줄기(淵源)


사은은 대종사님의 구도체험의 산물로 대각의 모터를 통해 사은의 진리성을 끌어올린 것입니다. 다만 기존 불교의 사은을 존중하여 맥을 연한 것입니다. 씨앗에 대한 물과 햇빛은 간접적인 조건들일뿐 중요한 것은 씨앗인 대종사의 내적 체험입니다.


연원(淵源)은 연못의 근원으로 연못에 물을 공급하는 줄기입니다. 그렇다고 연못이 물줄기에 종속된 부속적 관계는 아닙니다. 물줄기는 간접적인 관계이며 연못이 직접적인 중심이 됩니다. 연못인 소태산 대종사의 내적체험이 핵심입니다. 연못의 흡입력으로 인해 물줄기들이 흘러 모이게 되는 것입니다. 연못이 주체적이고 중심적입니다. 대종사의 대각체험이 연못으로, 이를 통해 연못으로 이어진 온갖 물줄기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대종사님은 이를 최초의 교당인 구간도실 상량에 “송수만목여춘립(松收萬木餘春立) 계합천봉세우명(溪合千峰細雨鳴)”이라 하셨습니다.(서품 12장) 소나무와 계곡이 연못 역할이라면 온갖 나무의 남은 봄기운과 온갖 봉우리의 가는 빗물이 바로 연원이 되는 것입니다. 이 봄기운을 모아 소나무는 우뚝 서고, 가는 빗물을 모아 계곡은 우는 것입니다.


정산종사님은 부처님도 바라문의 교리를 인순(因循)하셨고 예수께서도 구약을 연원하셨다 하며, 대종사님의 교법은 주로 창조하시고 혹 혁신 혹 인용하셨다 합니다.(경의편 39장)



# ‘은덕’ 개념과 ‘사은’ 개념


사은의 교리는 원기 14년에 정돈되어 나타납니다. 그렇다고 원기 14년 이전에 사은의 내용(맹아)이 없었다고는 할 수는 없습니다. 원기 원년~2년 사이에 지어 구인제자들이 외웠던 ‘경축가’에 “사중보은” 또는 “천지은덕, 부모은덕, 세계은덕, 법률은덕”의 개념이 나옵니다.(회보 62호, 『종화록』) 이 은덕개념은 사은의 시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초기의 ‘은덕’개념을 후에 ‘사은’개념으로 정돈했다고 보아야 타당할 것입니다.


대종사님은 대각 후에 “자력으로 구하는 중 사은의 도움”이라고 술회합니다. 설사 “사은”이라는 고유명사로 표현하지 안 했다 해도 “네 범주의 은덕”에 의해 도움을 받아 대각했다는 주체적이며 고유한 감각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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