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의 마음처럼 , - 문은희, , 도서출판 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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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의 마음처럼 , - 문은희, , 도서출판 지, 2013.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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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성천의 책 읽어주는 교무 12

필자는 원불교 어린이회·학생회 출신도 아닌, 오로지 어머니의 간절한 염원 하나로 출가를 했다. 출가 당시 어머니가 필자를 데리고, 총부 대각전의 일원상 법신불전 앞에서 홀로 간절히 기도를 올리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훗날 원불교학과에 진학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당시 그녀는 이 회상과 이 교단을 위해서 자식을 법신불 사은에게 바치겠다는 기도를 올리셨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필자가 안식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아니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살아갈 이유를 알게 해주는 존재, 바로 어머니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늘 어머니를 생각하며 종교와 여성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크다. 인류가 종교를 형성하게 되면서 어떻게 그 존재 속에 여성이 중심이 되었으며, 또한 서구와 달리 이러한 관계들로부터 한국사회가 지니고 있는 특성은 과연 무엇인지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을 알아야 한다. 아니 이해해야 한다. 안다는 것은 모르는 것을 아는 것 일뿐, 이해한다는 것은 안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동안 서구의 심리학으로는 풀리지 않는 오늘날 한국여성들의 삶과 심리를 밝혀놓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여성들이 경험하는 갈등의 성격을 진단해가고, 지금 우리 사회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치유는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저자는 서구여성 중심이 페미니즘식 이론을 바탕 했던 것과는 달리, 한국여성의 특성을 ‘포함(inclusion)’이라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전통적 의식 속에 여성운동, 주부윤리, 문화, 종교생활, 민주주의 등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언급하였다.


특히 한국여성들의 특성은 태어날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의 관계를 단절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며, 그에 대한 심리와 행동이 포함이라는 의식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한국의 여성은 ‘포함’의 의미인 전체주의적 여성주의를 찾아, 그 안에서 자기신뢰와 독자성을 살려 건강한 여성으로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였다. 그리하여 한국여성들이 개인에 대한 삶의 고락을 스스로 수합해 나감으로써, 그로 인해 건강한 정신력을 지녀야만 이 사회의 보살핌과 정의로움이 만들어져 결국 아름다운 한국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 원불교 역사를 되돌아보더라도 그 중심에는 여자교무들이 있었다. 이들의 삶에는 정녀(貞女)라는 서원의 의의 속에, ‘모성애(=포함)’라는 희생과 정성의 보살핌이 함께하였다. 그래서 ‘만인의 어머니’가 되어 이 세상을 안아주고 품어주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하여 교단의 공덕에 남자교무들과 일반교도들의 노력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교단이 그동안 사회에게 주었던 ‘가족애 같은 보살핌’과 ‘따뜻한 어울림’으로 일궈낸, ‘어머니의 문화’가 있었기에 더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었는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필자는 심고에 당하여 늘 「대산종사법어」 3집의 제 1편 ‘나의 기원’을 서두에 넣어 항상 기도를 모신다. ‘하늘은 만물을 다 덮어주시고, 땅은 만물은 다 실어주시며, 만물은 다 호렴하여 화지육지케 하여 주시옵나니…’하고 말이다. 천지만물에게 항상 어머니를 부르는 마음으로 나 자신이 그러한 성직자가 되길 바라며, 그러한 세상이 되어가기를 마음으로 고한다.


요즘 세상 사람들은 시(是)·비(非)·이(利)·해(害)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때론 서로를 꾸짖을 때가 많다. 그러나 그 안에는 어머니 같은 꾸지람이 없다. 막상 들었을 때는 서운했을지 몰라도 뒤돌아서면 따뜻하고 포근했던, 어머니 품과 같은 그리운 꾸지람이 서로들에게 없다. 그래서 사회도 교단도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어머니의 품 안이 아닐까싶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바로 ‘어머니’ 그 자체처럼 말이다.


* ‘니’는 어머니, 아주머니, 할머니, 언니 등으로, 우리나라의 여성을 불릴 때 쓰이는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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