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ing' , 정상수 , , 책세상,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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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ing' , 정상수 , , 책세상, 2009.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10.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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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성천의 책읽어주는 교무 13

어느 날, 반가운 누군가를 만나 카페에서 여유를 가지고 대화를 나눈다. 이야기가 무르익어 갈 쯤, 어딘가에서 ‘징징’ 울리는 소리가 퍼진다. 전화를 받으라는 신호이다. 다행히 전화벨로 설정하지 않아 상대방에게 덜 미안하다. ‘잠시만요’ 대화가 끊어졌다. 상대방도 무안한 듯,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거린다. 몇 초가 흘러 대화를 다시 이어간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상대방과 나는 테이블 위에 각자의 핸드폰을 나란히 마주 놓고 있다. 대화는 계속 되고 있지만, 핸드폰에 마음이 가 있다. 언제 받아야 할지 모르는 저 ‘핸드폰’에 말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신학자이며 철학자인 이반 일리치(Ivan Illich; 1926-2002)는 ‘근원적 독점(radical monopoly)’이라는 사상을 주장하였는데, 그것은 어떤 물건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그것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이 발견 또는 발명됨에 따라 일반인들에게 제시되었다고 하자. 누군가가 사용하게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모든 이들이 사용하게 되었다. 필수품이 된 것이다.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물건’이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물건’으로 탈바꿈되어, 스스로 지니고 있어야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지니고 있지 않다면 세상의 낙오자가 되어 ‘왕따’가 되는 것이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래 엄청난 변화를 거듭해오면서 자본주의의 형성과 더불어 타자에 대한 지배를 진행해왔다. ‘제국주의’란 지배원리로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나뉘게 되었는데, 이러한 현상은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이에 이 책은 ‘제국주의’의 원리가 어떻게 태동하게 되었으며, 그에 대한 근원적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더 나아가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도 좀 더 접근해 볼 수 있는 개념서이다. 19세기 소위 서양 근대철학이 확립되던 시기, 서양 철학자들은 인간의 내면에 대한 본능과 삶의 의지를 면밀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가령 니체가 삶에 대한 인간의 의지를 권력(식욕, 수면욕, 성욕 등)에 대한 의지로 규정했다면, 20세기 미셀 푸코는 이를 바탕으로 인간관계의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존재한다는 주장까지 이르게 된다.


여기서 타자를 지배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니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제국주의는 집단적인 ‘자기’가 집단적인 ‘타자’를 지배하는 행위이고 이러한 행동이 ‘세계체제’가 성립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류 문명의 발전과 활동 공간이 확대되면서, 오늘날 전세계가 하나의 문명권으로 통합되어 이른바 세계화 시대의 특징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결국 19세기 중엽에 형성된 자유주의자들이 주창했던 제국주의의 개념과 기원 등은 인간의 내면성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었다.


19세기 소태산 대종사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개교표어를 제시하였다. 서구문물로 인한 물질문명의 병폐가 인간의 본성을 침략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후천개벽의 시작은 ‘정신문명’을 올바로 성립하자는 데 그 의의를 두고자 했다. 물질문명이 시작되면서 물욕이 성하게 되자 인간의 고해가 커지게 됨을 전망하여 정신도덕의 부활이 시급함을 언급한 것이다. 핸드폰, 자동차 등 생활필수품들이 인간을 근원적으로 독점하고 있다. 그것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 그 무엇인가로부터 약탈당하여 지배당하고 있다. 또한 그것이 있어 약자를 지배하려 하고 무시하며 경멸한다. 내 안의 식민주의, 내 안의 제국주의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역사적 표상에 나타난 지배원리만이 제국주의가 아니라, 우리 인간내면에 숨어 있는 지배원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운 나의 참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물질의 노예로서의 근원적 독점이 만들어낸 세상이 아니라, 정신문명의 발달에 따른 근원적 독점을 이루는 세상이 되도록 말이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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