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안 절전
상태바
전철 안 절전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1.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알콩달콩 생명이야기 / 최원형 , (불교생태컨텐츠연구소장)

전철을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느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전철 플랫폼의 천장을 쳐다보게 되었다. 3호선 충무로 환승역의 플랫폼 천장은 전등이 한 줄로 줄지어 이어지며 밝게 빛나고 있었다.


밝은 곳은 그곳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이동 통로에도 천장엔 다닥다닥 전등이 많기도 했다. 광고판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전철이 도착하고 사람들이 내렸다. 출퇴근 시간이 아닌 때에는 생각보다 전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사람들이 내리지도 타지도 않는 승강구의 문도 저절로 열리고 닫혔다.


전철 안 천장에 붙은 모니터에서는 광고 동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전철 문 열리는 위쪽에 걸린 전광판에선 현재 전철이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줬다.


전철 안에는 전철 노선도가 있는데도 얼마나 친절하면 저런 수고로움까지 할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전철에 내려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이용해야만 했다. 계단에는 에스컬레이터가 항시 작동 중이었다.


우리나라의 전철은 몹시 친절하다. 대단히 긍정적인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시선으로도 한 번 살펴볼까 싶다. 전철 플랫폼의 전등, 이렇게 환하게 밝을 필요가 있을까. 전철역에서 우리가 하는 일이란 뭘까. 그곳이 책을 읽는 도서관이 아닌 다음에야 이토록 환할 필요가 있을까도 생각해 봤다. 현재 켜진 것의 1/3만 켜도 통행이나 보안에는 전혀 문제될 것 없어 보인다. 전철 문, 왜 늘상 열리고 닫혀야 하나. 여름철 냉방으로 시원하던 전철 안이 문이 열리면, 바깥의 뜨거운 공기가 훅~하고 밀려들어오게 마련이다. 평균 2분 거리에 있는 정거장마다 서니 시원해질만 하면 또 덥혀지기를 반복하게 된다.


독일의 지하철문은 내릴 사람이 수동으로 누르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 전철 안의 냉난방 온도를 가급적이면 변화를 적게 줘 에너지를 아끼려는 방법이라 한다. 전기를 아끼려고 궁리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생긴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확정으로 이제 2035년까지 우리나라에는 핵발전소가 21개 더 지어지면 총44기가 된다. 현재도 인구 당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를 자랑하는데 앞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예정이다. 후쿠시마로 인해 핵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핵 발전 사고로 인해 그 땅이 적어도 10만년 동안은 생명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곳으로 바뀐다는 것을 이미 학습했는데도 이 나라는 핵 발전에 미쳐있다.


이 광기를 잠재울 방법은 뭘까? 핵 발전에서 생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전기’다. 그러니 핵발전소를 짓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전기를 덜 쓰면 된다. 꼭 필요한 전기는 지속가능한 햇빛, 바람 등의 자연에너지에서 가져다 쓰면 된다.


우리나라 일인당 에너지 소비는 세계에서 미국 다음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소비가 이 정도인 것이 정상일까 싶다가도, 우리네 삶을 돌아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 생각된다. 겨울철 바깥은 영하로 꽁꽁 얼어도 아파트 안에 사는 사람들은 반팔, 반바지 차림이다. 김치냉장고까지 한 가구당 냉장고가 평균 두 개다. 게다가 대형마트에서 대량구매해온 냉동식품의 보관을 위해 냉장고의 용량은 점점 커가는 추세다. ‘생활가전’이라는 말이 함축적으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설명해준다. 거의 모든 것이 전기에 의존한 삶, 이 고리를 끊지 않고서 탈핵은 요원하다. 하물며 생명의 온전한 평화인들 이 상황에서 가능이나 할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