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냐? 진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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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냐? 진화냐?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3.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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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호암의 물음에 도산이 답하다 / 윤광일 , (중곡교당, 한양대 명예교수)

3. 생물학자(生物學者)들은 인간(人間)도 오랜 진화과정(進化過程)의 산물(産物)이라고 하는데, 신(神)의 인간창조(人間創造)와 어떻게 다른가? 인간이나 생물(生物)도 진화의 산물 아닌가?



원불교에서는 생물학자들의 진화론의 견해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창조론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입장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창조론이나 진화론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에 충실한다는 것이다. 진화론은 생물은 생활환경에 적응하면서 단순한 것으로부터 복잡한 것으로 진화하며, 생존경쟁에 적합한 것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된다는 다윈의 자연도태설이다. 이 과학적 진화론은 원불교의 음양이 상승하면서 삼라만상의 무량세계를 전개하였다고 하는 일원상 진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 지구의 역사는 45억 년 전이고 최초의 생명이 출현한 것은 약 30억 년 전이다. 최근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하여 원시지구에서 유기물 합성이 가능하다는 진화론의 전제조건이 해결된 상태다. 그러나 생명체의 자연생성, 진화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자기증식성, 물질대사, 세포막의 형성이라는 난제가 있다. 생물학계에서는 600만 년 전 아프리카 유인원이 이족보행을 하는 인류로 진화되었다고 추론한다. 또 200만 년 전 사람속(Homo)이 처음 나타났고 침팬지와 보노보가 갈라져 나갔다. 100만년 전후에 불을 쓰는 호모 에렉투스 나타났고 현대의 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타났는데 현존 최고 화석은 16만 년 전의 것이다. 영성을 갖는 대표적인 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인데 32,000년 전에 동굴 벽화를 남겼다. 11,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 전 대륙에 걸쳐 살게 되었다. 이후 도구 사용과 의사소통 능력은 계속 발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기독교의 구약성서의 창세기 2장에 보면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최초의 사람을 아담으로 본다. 창세기는 모세가 기록했으며 모세오경이라고 한다. 모세는 약 3,500 년 전 사람이며, 아담은 그보다 약 2500년 전 사람이다. 즉 성경의 인류의 역사는 6,000여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생명과학자들이 말하는 인류의 역사는 20만 년 전이다. 그래서 차동엽 신부의 언급대로 ‘하느님이 실제 진흙으로 인간을 빚었다’는 이해 방식은 3차원적 사고에 갇힌 거다. 그런 생각은 신앙적으로 더 큰 잘못이다. 초월적 존재의 하느님을 인간의 3차원적 사고 안에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그걸 떠나 계신 분이다. ‘신이 흙으로 인간을 빚었다’는 건 단지 은유적 표현이다.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의 과정을 ‘흙으로 빚었다’는 말로 축약했다고 봐도 된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 원불교는 진화론적 입장에 있지만 진화론의 시작이라고 하는 창조론을 부정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 원불교에서 중요시 하는 것은 진화론과 창조론의 진부와 같은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다. 인류는 고해의 바다에 있다. 부처님도 「중아함」 ‘전유경’에서 독화살로 비유했다. “어떤 사람이 독 묻은 화살을 맞아 죽음에 이르렀다면 독화살을 뽑는 것이 급하다. 그런데 그가 독화살을 뽑지 않고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 화살이 무슨 나무로 되었는지, 화살 깃이 어떤 새의 깃털인지를 먼저 알고자 한다면 그것을 알기도 전에 온 몸에 독이 번져 죽고 말 것이다.” 인간이 창조의 산물인지 진화의 산물인지를 알려고 하기 전에 중요한 것은 지금 인간은 고해의 바다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 인간이 할 일은 일원상 진리 하에서 지혜와 깨달음을 얻어 인간의 고의 원인과 소멸하는 길을 찾아 복락을 얻는 것이다. 이것은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한 원불교의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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