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를 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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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를 접하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5.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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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특별기고 / 문은식 교무 , (포웨이 행복연구소 소장)

늘 청소년 교화를 염원하고 지금도 많은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 사람으로서 말 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낍니다. 현장에서 청소년과 함께하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을 가눌 길 없어 몇 자 적어 봅니다.


1. 이번 참사는 단순히 인과나 공업의 원리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단순한 인과의 원리로 해석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우리가 지은 것을 그분들이 대신 당했다 즉 대속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만약 우리가 지은 것을 그분들이 대신 희생했다면 “누가, 왜, 어떻게 그분들을 희생양으로 선택했나?” 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분들 스스로가 그런 희생을 선택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데, 이것은 중생들의 아픔을 대신하기 위한 지장보살이나 보현보살의 행원입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의 전생 서원이기도 하죠. 그런데 중생의 아픔을 대신 갚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는 간절한 자발적 서원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서원을 이루기 위해 피눈물 나는 정진을 해야죠. 우리가 지은 업을 대신 받은 그분들은 전생에 모두 그런 서원을 하신 건가요?


2. 이번 참사는 결코 우연히 돌아온 고가 아닙니다.


「정전」천지은 ‘천지배은의 결과’에 “우연히 돌아오는 고는 천지배은의 결과”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우연히 돌아왔나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한계 수명이 훨씬 넘은 낡은 배를 무리하게 증축을 했습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정부는 허가를 내줬고, 잦은 고장으로 선원들이 여러 번 수리를 건의했으나 선사는 번번이 거절을 했습니다. 작년에도 여러 번 배가 기울어졌으나 안전 점검을 모두 통과했습니다. 이런 건 결코 우연히 돌아오는 고가 아닙니다. 얼마든지 방지하고 차단할 수 있었던 일이었으나 책임을 방기하고 돈에 눈이 멀어 필연적으로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에 도대체 희생당한 학생들이나 시민들은 무슨 업을 지었습니까? 우연히 돌아오는 천벌을 받으려면 분명 자기가 무엇인가를 지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고가 날 때도 희생자들은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의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승객이 선장의 명령에 따른 것은 오히려 칭찬받을 일인데 이것을 자기가 지어 자기가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3. 이번 참사가 모두의 책임이라는 이야기는 또 다른 무책임일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 모두가 지었고, 우리 모두가 책임이라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뭘 어떻게 지었습니까? 그리고 무슨 책임이 있습니까? 우리가 정말 지었고 책임이 있다면 무엇을 어떻게 지었고 무슨 책임이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정서상 막연하게 우리 모두의 공업이요 책임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또 다른 무책임의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각자가 지어서 그것이 공업이 되었는지 정확히 알아야 참회개과를 할 것이 아닙니까?


4. 이번 참사는 물질의 노예가 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파란고해의 전형입니다.


「정전」‘개교의 동기’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물질의 지배를 받아 그 노예가 된 소수의 사람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그들의 사회를 그리고 죄 없는 소시민들을 어떻게 파란고해 속에 몰아넣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입니다. 개인의 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물질이라는 거대한 폭풍우 속에 이미 뿌리 깊게 형성된 탐욕의 사회 구조가 이런 엄청난 재앙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미 이런 구조가 형성되면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떻게 파란고해가 들이닥치는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문제는 이런 탐욕의 구조화를 우리가 묵인하거나 끊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5. 이번 참사는 법률배은에 의한 사회적 타살입니다.


「정전」법률은 ‘법률 배은의 결과’에 “법률 배은을 하면 자신도 법률이 용서하지 아니하여, 부자유와 구속을 받게 될 것이요, 각자의 인격도 타락되며 세상도 질서가 문란하여 소란한 수라장(修羅場)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선박회사,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 행정당국, 구조업체, 모두가 철저하게 법률을 배은한 사람들입니다. 관련법들도 이미 있었고, 메뉴얼도 다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키지 않았기에. 법률 배은의 결과로 문란하고 소란한 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수라장은 곧 난리가 난다는 말입니다. 난리가 나면 가장 약한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당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들은 강자들이 제대로 보호하고 가르치고 이끌라 하셨는데 이 나라의 강자들이 온갖 더러운 일을 먼저 행하니 약자들이 죽어 나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6. 인도정의의 공정한 법칙을 방기하거나 실천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법률은의 핵심은 ‘인도정의의 공정한 법칙’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얼마나 인도정의의 공정한 법칙을 숭상하고 실천하나요? 우리가 지금 비난하는 부도덕한 지도자들을 결국 우리 손으로 뽑은 것 아닙니까? 인도정의의 공정한 법칙이 무너지면 강자들은 천국을 맞이합니다. 왜냐면 원하는 모든 것들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약자들은 그 밑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지옥이 매우 튼튼하게 구조화 됩니다.


7. 애도를 넘어 정당한 일을 죽기로써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입니다.


산업화 이후 마치 미친 듯이 달려온 대한민국. 인도정의의 공정한 법칙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더 큰 싸움이 우릴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더 크게 외쳐야 할 것입니다. 권력의 남용과 위선에 대해 죽기로써 비판해야할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 힘이 조직화 될 때만 우리 사회는 건강해집니다. 그 핵심에 법률보은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꽃보다 귀한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이렇게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않나, 기도와 천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사회를 다음 세대에 물려 줄 수는 없지 않나, 그것이야말로 정말 큰 공업을 짓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에 제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생각들을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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