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과연 인간을 사랑했는가?
상태바
신은 과연 인간을 사랑했는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5.0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호암의 물음에 도산이 답하다 / 윤광일 교도 , (중곡교당, 한양대 명예교수)

5. 신(神)은 인간(人間)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苦痛)과 불행(不幸)과 죽음을 주었는가?



원불교도의 견해: 원불교의 기본 믿음은 “모두가 은혜입니다.”이다. 원불교의 신 즉 진리불인 법신불은 인간에게 고통이나 불행이나 죽음을 준 적이 없다. 다만 은혜를 베풀었을 뿐이다. 그런데 인간 중에 그것을 고통이나 불행으로 받았을 뿐이다. 감기 몸살에 걸리면 고통이 온다. 그러나 감기 몸살은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진리가 인간에게 조금 쉬라고 내리는 경고다. 만일 몸살이라는 고통이 없다면 인간은 무리를 할 것이고 그래서 최악의 경우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보왕삼매론에 이르기를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 말씀하시기를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나니라.” 그리고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성인 말씀 하시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라 하셨나니라.” 죽음도 마찬가지다. 일원상 진리, 즉 돌고 도는 이치에서 보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움의 시작이다. 그래서 죽음은 고통이 아니라 영원한 깨침으로 가는 은혜로운 일인 것이다. 불교에서 죽음을 열반이라고 하는데 열반은 수행에 의해 진리를 체득하여 미혹과 집착을 끊고 일체의 속박에서 해탈한 최고의 경지이다. 결론적으로 죽음은 신이 인간에게 고통이나 불행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해탈을 주는 은혜로운 것이다.


우리 원불교에는 은생어해 또는 해생어은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마음의 조화에 따라서 해코지를 했는데 은혜가 나올 수도 있고 은혜를 베풀었는데 해가 나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추운 겨울은 인간에게 불행하고 고통일 수 있다. 그래서 겨울에 동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추운 겨울 후에는 병충해가 죽어서 그 다음해에는 전염병이 줄어서 동사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질병으로부터 죽음을 면한다. 그래서 우리는 겨울의 은혜를 말한다.


진리가 은혜인가 고통인가는 준비태세에 달려 있다. 예를 들면 1997년의 IMF 사태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다. 그러나 1993년 신 경영 선언을 통해서 준비한 삼성그룹에게는 은혜로운 일이었다. 삼성그룹은 IMF 사태를 통해서 현대그룹이나 대우그룹을 완전히 따돌리고 모름지기 한국 최고의 그룹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법화경」약초유품에서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설하셨다. 삼천대천세계의 대지에는 많은 초목이 있는데, 그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 구름이 내려 주는 비는 모든 초목을 고루 적시지만, 초목의 크고 작음에 따라서 그것을 받고 그 종성에 따라서 생장하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된다. 같은 땅에서 태어나 같은 비를 맞는다 하여도 모든 초목에 차별이 있는 것과 같이 부처님은 마치 큰 구름과 같이 평등하게 법의 비를 내려 일체중생을 적시지만 중생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차별을 일으킨다. 같은 물이지만 뱀이 먹으면 독이 되고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된다. 진리가 인간에게 고통과 불행, 죽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인간의 마음의 조화이다.


중국의 6조 혜능 대사 앞에서 두 스님이 싸웠다. 한편은 ‘깃발이 흔들린다.’ 또 한편은 ‘아니다 바람이 흔들고 있다.’ 하면서 싸우는 것이었다. 그때 혜능대사는 말씀하셨다. 깃발이 흔들리는 것도 바람이 흔드는 것도 아니라 네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고통과 불행은 신이 주는 것이 아니라 일체 마음의 조화라는 것이 원불교의 입장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원불교의 믿음은 “부처님의 사랑은 한이 없고 모두가 은혜입니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