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왜 악인을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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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왜 악인을 만들었는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6.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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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호암의 물음에 도산이 답하다 / 윤광일 , (중곡교당, 한양대 명예교수)

6. 신은 왜 악인(惡人)을 만들었는가? (예 : 히틀러나 스탈린, 또는 갖가지 흉악범(凶惡犯)들)



원불교의 법신불의 가르침은 선인과 악인이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절대적인 선과 악의 개념이 없는 것과 같이 선인과 악인의 구분이 임의적이며 지극히 상대적이다. 이 세상에는 악한 선인과 선한 악인이 많다. 역사는 승자의 논리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선인이 절대적인 악인인 경우도 있고 또 반대인 경우도 있다. 지금부터 104년 전 안중근 열사는 테러리스트로 사형수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민족사에서 가장 위대하신 선열의 한 분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안중근 열사는 선인이고 이토 히로부미는 악인 같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반대의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 불교에서는 개똥에도 불성이 있다는 여래장 사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원불교에는 더 나가서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부처는 스스로가 부처인 줄을 알고 있는 정화신불인데 반해서 중생은 자기가 부처인줄을 모르는 편화신불이라는 차이만 있다.


우리 원불교의 2대 종법사였던 정산종사는 법어집 원리편 5장에서 말씀하기를 “ 화신불 가운데에는 진리 그대로 화현한 정화신불이 있고 또는 진리 그대로 받지 못한 편화신불이 있으니, 정화신불은 곧 제불 제성을 이름이요 편화신불은 곧 일체 중생을 이름인 바, 비록 지금은 중생이나 불성만은 다 같이 갊아 있으므로 편화신불이라 하나니라. 그러므로 우리의 마음이 청정하고 바른 때에는 곧 내가 정화신불이요 삿되고 어두울 때에는 편화신불임을 알아야 할 것이니라.” 즉,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님을 말씀하고 계신다.


우리 원불교는 기본적으로 일체유심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신이 악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악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번 마음을 잘 먹으면 선인이 되고 잘못 먹으면 악인이 된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이 바로 조물주이다.


그 사례가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의 모델이 된 피에트로 반디네리이다.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을 그리면서 예수의 모델로 한 성당의 성가대의 한 소년을 선정했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로부터 내려온 천사처럼 아름다웠고 성령이 넘쳐흐르는 모습이었다.


그 후 다빈치는 다른 11명의 제자의 모습을 그린 후에 마지막으로 가롯 유다의 모델을 찾아 10여 년을 헤매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감옥에서 며칠 후 사형 집행을 앞둔 한 살인범을 찾게 되었다. 그 모습은 그가 10여 년을 찾았던 사악하고 욕심 많은 가롯 유다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다빈치는 드디어 세계적인 최후의 만찬이 완성했다.


그림이 완성된 날 사형을 받게 위해서 감옥으로 돌아가야 할 청년은 말하였다. “선생님! 저를 기억 못하시겠습니까? 저는 지금부터 10년 전에 선생님의 제의로 예수님의 모델이 되었던 피에트로 반디네리입니다. 원래 음악에 천부적 재능이 있었던 저는 로마의 음악학교에 진학하고 거기서 사귀어서는 안 될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방탕의 길로 들어서서 살인범까지 된 것입니다.” 예수와 가롯 유다가 둘이 아닌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충격을 받은 다빈치는 다시는 예수의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정산종사께서는 법어집 제8 응기편 5장에서 양도신(梁道信)이 전무 출신할 때 영생의 보감될 법문을 청한 바, 네 가지 서약 조항을 써 주시는데 그중에 “순경과 역경이 모두 공부의 기회를 주시고 선인과 악인이 다 같이 공부의 길을 인도하시니, 나는 여기에 항상 재미있고 감사한 생각을 잊지 아니하리라.”는 말씀이 있다. 이는 상대방이 해코지를 해도 나에게는 은혜가 되고 (은생어해), 은혜를 베풀어도 은혜가 된다는 은생어은의 교리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우리 원불교에서 중시하는 것은 인간의 판단에 의한 선인과 악인이 아니라 진리계서 판단하는 선인과 악인의 개념이다. 인과응보의 진리는 호리도 틀림없는 선인선과, 악인악과이며 자기가 지은 죄는 자기가 받는 다는 자업자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신은 악인을 만들었을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지금” 탐(욕심)·진(화냄)·치(어리석음)라고 하는 삼독심을 여의고 나의 조물주인 마음공부를 통해서 선인선과의 길을 갈 것인가를 고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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