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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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6.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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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요즘 청년 / 박연하 , (새나래학교 교사)

오늘은 5월 8일 어버이 날이다. 하늘은 낮게 가라앉고 이내 빗방울을 쏟아냈다. 승합차에 몸을 싣고 전 교직원과 학생들이 안산 합동 분향소로 걸음을 옮겼다. 분향소가 가까워지면서 거리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현수막이 즐비했다.


도시는 적막 속에 잠겨 있고 가슴에는 먹먹함이 차올랐다. 분향소로 들어가는 길목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노란 리본과 흰 국화꽃을 나누어주었다. 그 커다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교복 입은 학생들의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 한 구석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파왔다. 그리고 이내 터지는 소리 없는 울음들... 자리를 함께 한 우리 아이들의 눈에서도 금세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었다. 사진 속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웃고 있었고, 교복 차림의 앳된 모습들이었다.


우리가 그들에게 갈 수도, 그들이 우리에게 올 수도 없는 그 곳! 마음으로 느껴지는 분향소의 거리는 1,000미터가 훨씬 넘는 듯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늘 장난치며 부산한 모습을 보이는 우리 아이들도 이때 만큼은 진심으로 함께 가슴 아파했다. 분향이 끝나고 나서 돌아오는 길! “죽은 아이들 부모님과 가족들은 어떻게 해요?” 라며 아이들은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TV를 통해서, SNS를 통해서 접해 온 소식들을 직접 가서 몸으로 마음으로 경험하고 느낀 우리 아이들은 이번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희생자들의 가족이 느끼는 그 슬픔의 깊이를, 생떼 같은 자식들을 잃고도 생을 살아낼 수밖에 없는 그 암담함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유가족들의 슬픔의 언저리에 가 닿을 수 있을까?


분향소로 가는 날이 ‘어버이 날’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의 마음으로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 다는 것은 얼마나 얼토당토 않는 일인가? 그렇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우리 아이들이 어렴풋하게라도 느끼고 돌아온 듯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 모두는 희생자이다. 어떤 식으로든지 인생의 고비를 경험한 것이다. 이 고비를 모두가 힘차게 겪어내기를 바랄 뿐이다. 인생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를 무너뜨리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하게 살아남는다.


우리 아이들 또한 자신의 인생이 비록 꽃길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분발심을 내 주었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허 속에서 여린 꽃은 피어나고, 새 생명은 움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여전히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고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려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은, 그리고 우리 모두는 맹렬히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살아내야만 한다. 훗날, 자신과 꼭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며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도록! 지면을 빌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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