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과 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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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과 서원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9.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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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길튼교무의 정전산책 (29) /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욕심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부정적인 입장과 긍정적인 입장이 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도 하고자 하는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면 그 욕심이 가패신망(敗家亡身)의 근원이 되며(『정전』정신수양의 목적) 반대로 욕심은 없앨 것이 아니라 도리어 키울 것이며 작은 욕심을 미워할 것이 아니라 발심이 크지 못함을 걱정하라 하셨습니다.(수행품36, 37장) 욕심을 대하는 양면적인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 결여와생성
현대철학자 라캉과 들뢰즈는 욕망(광의의 욕심)에 대해 반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라캉에 있어 욕망은 결여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을 결여된 미숙아로 봅니다. 우리는 자신을 돌봐주고 영향을 주는 타자가 자신에게서 욕망하는 것을 행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생존과 인정을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김치찌개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식도 김치찌개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김치찌개를 먹고 싶어 하는 자신의 욕망은 엄마의 욕망을 반복하는 것으로, 우리가 왜 적공하느냐면 그렇게 하면 스승님과 대중이 좋아하고 인정해 주고, 자신도 결국 그 자리를 향유할 수 있어서 라는 것입니다.
라캉의 욕망은 결여를 느낀 주체가 결여를 충족시키려는 인정받으려는 중생심을 보여줍니다.
이에 비해 들뢰즈는 ‘안티 오이디푸스’의 견해로, 욕망을 긍정적인 생성으로 봅니다. 들뢰즈는 욕망을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려는 생산적인 힘으로, 어떤 인연과 마주쳐서 긍정적으로 연결을 도모하려는, 모든 관계를 새롭게 배치하여 새로운 관계를 맺는, 즉 창조적으로 주름(인연체)을 맺는 순수한 힘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들뢰즈에게 있어 욕망은 차이를 생성하는 힘으로 마음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입니다.



# 마음의양면
그렇다면 마음은 과연 욕망과 어떤 관계에 있을까? 욕망의 넓은 의미인 욕심은 마음과 어떤 관계에 있을까? 결론적으로 마음은 욕심에 매이지도 그렇다고 욕심을 무시하지도 않는 포월(包越)의 자리입니다. 욕심을 긍정할 때는 긍정하고 부정할 때 부정하는 자리로서 긍정에 넘치지도 부정에 빠지지도 않는 자리입니다. 욕심을 포괄하면서도 넘어서 있는 자리입니다.
먼저, 욕망의 부정성을 정확히 알아서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인정받아서 명예와 자리(권력)를 얻고 싶어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입니다. 욕심의 경계에 끌려가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여 끌려가지 않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타인의 욕망을 근본적인 은혜의 관계로 깨달아서 보은하면 타인에 대한 욕망은 보은(신앙)의 차원으로 승화되는 것입니다.


둘째는, 욕망의 긍정성을 활용하는 것 입니다. 욕망은 서원입니다. 욕망은 원력(願力)으로, 작은 욕심을 큰 서원으로 돌려 키우는 것입니다. 희노애락의 감정을 억지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때와 곳에 따라 마땅하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재주와 욕심이 가볍고 작아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으로(수행품 37장) 공심(公心)과 자비심을 생성하는 키우는 마음입니다.



# 욕심과 진공묘유
원래마음은 진공묘유입니다. 진공이면서 묘유인 것입니다. 일체가 텅 빈자리이면서 또한 지혜가 역력하고 조화가 무궁한 자리입니다.(원리편 2장)
그러므로 공부인은 욕심의 부정적인 측면은 원래 마음의 진공의 자리에 비추어서 끌리지 말고, 욕심의 긍정적인 측면은 원래마음의 묘유자리에 근거하여 발현해 가야 할 것입니다. 진공으로 체(體)를 삼고 묘유로 용(用)을 삼는 것입니다.(『정전』무시선법) 어떤 상황에서는 욕심(衆生心)을 버려라 할 것이고 어떤 경우에는 욕심(佛心)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원래마음은 이처럼 부정적인 욕심에 물들지 않는 자리이면서 또한 일체를 긍정적으로 생성해 내는 원동력을 잠재하고 있는 자리입니다.
번뇌(중생)를 보리(부처)로 전환시키는 원력의 욕심은 살려내야 할 것이며 또한 아무리 좋은 의욕과 보시도 결국은 욕심이므로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로 떨어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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