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경찰, 정치적 갈등의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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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경찰, 정치적 갈등의 현장에서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9.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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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요즘청년 / 의무경찰의 신앙과 수행이야기 ⑤ / 허성근(승규, 연세대원불교교우회, 의무경찰 복무중)

저의 전공은 정치학이고, 고향에 내려가서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는 정치가가 꿈입니다. (오바마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였고, 졸업 후에 시카고의 빈민지역에서 공동체 운동을 벌였습니다. 오바마의 삶에서 진로에 대한 자극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의무경찰을 선택한 것도 우리 사회의 정치, 사회적 갈등의 현장을 바라보고 사유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공부거리라 생각하였습니다.


제가 전입한 날에 단장님께서도 동기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집회에 나오신 분들이 왜 집회에 나오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고, 그분들도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들로 바라봐야 한다고 하셨습니
다. 그저‘안전진압’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서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폭넓은 사고를 일깨워주시는
단장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양한 집회에 나갈 때마다 단장님의 말씀이 생각나곤 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대학 시절에 주로 집회에 참여하던 대학생이었습니다. 집회에 나가더라도 시위자 중에서 경찰관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거친 언행을 일삼으면 눈살을 찌푸리곤 하였습니다.
어떤 집회에서 만취한 시민이 경찰관에게 시비를 걸어서 저를 비롯한 몇몇 시민들이 말린 적도 있
습니다. 나름 진보적인 대학생이었지만, 보수적인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반기고, 그들의 집회에 시
비를 거는 진보적인 시민들의 행태가 더욱 싫었던, ‘매너 좋은’ 시민이 되고자 했었습니다.


종교와 성격의 영향인지, 주장을 펼치더라도 증오와 폭력의 이중주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호 발전할 수 있는 정치적 경쟁의 장을 고민하던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1기동단 생활은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씁쓸하면서도 고민의 깊이를 더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민주당 천막당사와 통합진보당사 근무를 설 때에 보수적인 어르신들께서 경찰들에게 욕을 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동안 오랜 독재정권의 기억 때문에 경찰의 공권력은 마치 보수정권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집회의 자유는 진보의 전유물일 수가 없습니다.
또한, 민주경찰은 이념을 떠나서 국민의 안전 질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보수
단체들이 집회를 하고 있었고, 진보적인 정당들의 경비를 경찰이 서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하였습니다.
‘집회는 진보적인 시민들의 영역, 공권력은 보수적인 시민들의 영역’이라는 획일적인 프레임보다
는, 집회나 공권력의 영역이 다수의 시민들에게 함께 공유될 수 있는 프레임이 훨씬 국민통합에 기
여하고 갈등을 통합으로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민주화 이후 분명 제도적으로는 정치의 영
역이 발전하고 있으나 집회의 현장의 분노와 증오, 욕설들을 접하면서 오랜 사회적 갈등의 고리가
좀 더 풀리고, 완화되는 것이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제도를 넘어서, 문화나 의식의 수준에서 갈등을 통합으로, 분노를 이해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현장에서 저는 오바마가 주는 메시지의 위대함을 느꼈습니다. 기동대 버스 안
에서, 오바마의 메시지를 접하고, 집회 현장에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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