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그리고 경찰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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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그리고 경찰의 고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0.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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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요즘청년 /의무경찰의 신앙과 수행이야기 ⑦ / 허성근(승규, 연세대원불교교우회, 의무경찰 복무중)

‘담대한 희망’에서의 미국 사회상을 보면서 한국 사회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대한민국은 격동의 근현대사를 보냈습니다. ‘압축적 근대’라는 표현처럼, 짧은 시기에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의 과제를 이룩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회도 마법이나기적은 없는 법입니다. 빠른 성장의 이면에 있는 갈등과 혼란의 잔재들은 지금 우리 사회의 거울이기도 합니다. 산업화의 이면에서 소외받은 자들의 억눌렸던 정치적 목소리는 민주화 이후에 분출되었습니다.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건국과 산업화,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의 정치가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서로를 비난하고, 상처를 보듬어내기보다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문제들이 ‘정치의 영역’에서 ‘제도의 영역’에서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니까, 해결되지 못한 갈등의 영역은 거리의 정치로 옮겨가게 됩니다.


실제로 현존하는 사회적 갈등들이 제도정치나 정당정치의 영역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 하는 나라일수록, 거리의 정치가 강조되고 집회나 시위가 격렬한 양상을 띱니다. 노동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정당이 없을수록, 노동단체의 집회나 시위가 격렬해집니다.


제가 아는 경찰관분들이나, 대학교의 비정규적 청소 노동자분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족의 구성원들입니다. 각자 소중한 꿈을 지니며 행복한 가정생활을 꿈꾸는 분들입니다.


미성숙한 정치체제는 평범한 시민들 간의, 서민들 간의 물리적 충돌을 나타나게 하는 것입니다. 집회에 나온 이들의 비판의 화살은 정부나 권력을 향하지만, 실제로 몸을 부딪치는 이들은 경찰관들과 의무경찰들입니다. 경찰들도 정치권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따름입니다.


이들의 상황을 서로 이해하고, 소통한다면 조금은 평화로운 공동체의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비록 누군가의 생존권과 절실히 결부된 문제라도, 그 주장을 알리는 과정에서 문제의 원인 제공자와 상관없는 이가 다칠 수도 있음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집회의 현장이 주는 불편함과 별개로, 불편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넓혀준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문제제기를 하는 쪽에서는 수단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하고, 문제제기를 듣는 이들은 그것이 나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느낀다면 서로가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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