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씨앗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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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씨앗은 어디에?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0.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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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군종일기 ‘일곱개의 별’- 2 / 대위 강동현 교무(칠성부대 군종장교)

학부 2학년 때 선진열전을 읽는데, 소태산 대종사가 공타원 조전권 선진을 보며 “솔 씨앗 키워 정자(亭子)보기다.”라고 하셨다.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 대종사의 마음이 궁금하고 그립고 보고 싶었다. ‘공타원 선진님의 삶을 이해하면 해결이 될까’싶어 선진문집과 열전을 읽고, 추모담을 들으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7년 뒤, ‘대종사님이 만든 전무출신의 표본은 누굴까?’라는 고민이 또 생겼다. 그러다 불현듯 공타원 선진이 떠올랐다. 성경에 하나님이 사람을 흙으로 빚고, 생기를 코에 불어넣어 인간을 탄생 시켰듯이 대종사가 직접 교법으로 빚고, 훈증으로 탄생시킨 전무출신의 표본이 공타원 선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녀 1호, 여자전무출신 2호는 그 상징이었고, 결정체 말씀은 ‘솔 씨앗 키워 정자보기’가 아니었을까 누구나 부처의 씨앗이 있으니 부처를 만들수 있다는 대종사의 자신감이자 의지라 여겨진다.


군 교화의 특징은, 원불교 교도가 아닌 불특정 다수를 만난다는 것이다. 매주 새로운 얼굴이 예회에 참석하고, 매일 새로운 장병들을 위문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치는 인연을 잘 관리하여 정자로 성장할 솔 씨앗을 찾아야 한다. 솔 씨앗을 찾으면 대종사님께 효도하고, 교단에 보은하는 길이 훨씬 더 탄력을 받고 조직적이 될 것이다.


솔 씨앗 텃밭은, 사단 신병교육대(이하 신교대)가 큰 역할을 한다. 신교대 법회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 강의실을 빌려 출장예회로 진행된다. 특이한 점은, 이때 종교 간 소리 없는 간식전쟁이 불꽃튄다는 것이다. 간식의 종류에 따라 참석숫자가 확 바뀌기 때문이다. 원불교는 거의 꼴찌다. 마음 아프게도. 한 푼이라도 아껴서 효율적인 교화에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신교대 간식에만 모든 실탄을 다 쏟을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신 철저하게 솔 씨앗을 찾는데 정성을 들인다. 솔 씨앗을 찾기 위해서는 질적 교화를 통해 스치는 인연을 넘어 원불교 교법과 인연이 되어야 한다. 훈련병의 숨소리, 표정, 몸짓 하나하나를 살펴야 하고, 출석관리, 개인 기도를 통해 애경사를 챙기는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쉽지는 않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내 능력이 부족해도 ‘하는 척’이 아닌 ‘오직 할 뿐’을 하면 진리는 선물을 바로 주신다.


지난 8월에 창원에서 폭우로 인한 물난리로 버스가 휩쓸려 간 사고가 있었다. 그 버스 안에 원불교 종교행사에 나오는 훈련병의 여자 친구가 타고 있었고, 안타깝게 사망했다. 이 소식을 훈련병의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고, 곧바로 부대와 연락하여 상담했다. 그리고 훈련병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함께 특별 천도재도 지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현재 자대 배치 후 칠성교당 예회에 잘 참석하고 있다. 이것을 계기로 더욱 신교대가 솔 씨앗을 찾는 텃밭임을 인식하고 가꾸기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철저한 관리를 한다. 수료식을 앞둔 마지막 예회 때는, 자대배치 후 원불교 종교행사를참석여부를 묻는다. “참석하겠다”고 말하는 훈련병은 이제 ‘예비 솔 씨앗’이 된다. 그들은 더욱 특별 관리를 해준다.


즉, 자대 배치 후 연락도 자주하여 부대적응도 확인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찾아가 상담도 해준다. 부모님처럼 확실하게 챙겨준다. 이렇게 관리하는 예비 솔 씨앗들은, 원불교 예회참석의 문열이가 되어주는 경우가 있다.


군종장교가 있지만 원불교 예회참석자가 1명도 없는 부대가 있는데, 이 예비 솔 씨앗들이 그런 부대에 배치되면 문열이가 되어 원불교가 활동할 수 있는 명분과 여건을 마련해 주는 공덕주가 된다. 이 과정으로 최근에 3개 부대에 문을 열 수 있었다.


이 예비 솔 씨앗들은, 추후 입교자 교육(초급반, 고급반), 군종병 집체교육을 통해 더 한층 좋은 솔로 자라게 된다. 그러면 가끔 혼자 상상해본다. ‘정자도 볼 수 있을까?’너무 욕심을 내는 것 같아서 오늘도 눈을 뜨면 진리 전에 묻는다. ‘솔 씨앗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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