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모스Cha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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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모스Chaosmos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1.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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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군종일기 ‘일곱개의 별’- 4 / 대위 강동현 교무(칠성부대 군종장교)

요즈음 칠성교당의 아침은 새하얀 물빛가루 속에 시작한다. 다름 아닌 서리손님이다. 가을님의 이별눈물인가. 겨울님의 환영가루인가, 그야말로 혼돈의 계절이다. 그리고 물빛가루와 함께 아침마다 나를 반겨주는 새카만 털의 매력을 지닌 강아지 현불(玄佛)이, 새하얀 배경으로 새까만 털이 더욱 돋보인다.


물빛가루 서리는 질서의 색깔인 하얀색이지만 혼돈의 역할에 있고, 새까만 강아지는 혼돈의 색깔인 검정이지만 질서에 따라 살고 있다. 이 오묘한 모습은 나에게 작은 깨달음을 준다. ‘우주만물의 인과! 음양상승!’


우주의 인과 속에 칠성부대도 새로운 혼돈과 질서가 생겼다. 지난 10월 중순에 새 지휘관이 부임했다. 지휘관은 부임 후 군종장교들과 환담을 통해 ‘종교는 첨단무기다’라는 신념을 밝히고, 무형전력강화를 위한 종교역할을 요청했다. 그리고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순으로 지휘관의 종교행사 참석계획이 세워졌다.


원불교는 11월 9일로 결정되었다. 이웃종교 군종장교들은 지휘관의 참석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는 많은 고민과 걱정이 되었다. 원불교와 인연이 없었던 새 지휘관 입장에선 우리종교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었기 때문이다.


예회내용도 고민되었지만 응접부분에 대한 고민은 더 컸다. 군부대 응접은 시간계획에 따라 간결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진다. 응접경험이 없는 나의 입장에선 절실한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휘관을 먼저 응접한 목사님, 법사님, 신부님에게 자문을 구했다. 자문 상으론 간부가족과 일반교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애석하게도 교도간부와 일반교도가 없다. 혼자 힘으론 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 새로운 시험지는 어려웠다. 눈물이 핑 돌았다. ‘사은이시여! 지혜의 힘을 주소서.’심고를 올리고 또 올렸다.


그런데 심고를 올리니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동현아! 있는 그대로 보여줘.’ 혼돈의 마음에 질서가 잡혀져 갔다. 예회시간을 분 단위로 나누어 계획하고, 군종병들의 역할 분담, 방문선물까지 진리님과 함께 터벅거리지만 정성스럽게 준비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점심식사였다. 마땅히 누가 담당할 사람이 없었다. ‘에잇! 점심공양 응접은 죽 쒀버렸네’라고 스스로 한탄했다. 그런데 번뜩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죽을 쑤는 거야!’ 죽은 마지막 퍼즐조각이었다.


결전의 날, 지휘관은 정확하게 일요예회가 시작되는 10시 30분에 도착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했다. 예회 참석우수자 시상, 지휘관 인사, 선물증정, 기념촬영 그리고 죽을 준비한 점심공양까지…. 시간계획에 따라 원만하고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응접이 이루어졌다.


특히 점심공양 후 환담은 예정시간보다 15분 더 연장이 되었다. 군종장교가 되고 경산 종법사님이 훈증해 주신 “손님을 만나려면 반드시 사전에 관련 관련정보와 책들을 읽어라”의 결과였다.


환담 중 지휘관에게 물었다. “원불교 일요예회에 참석하신 소감 좀 말씀 해주십시오.” 지휘관은 말했다. “원불교는 장병들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르침도 굉장히 사실적이고 실용적입니다.”


지휘관의 입장에서 혹시 보완 할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 해 달라고 재차 물었다. 지휘관은 “저도 부대에 부임하여 혼돈 속에 질서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원불교 군 교화는 초창기이니 교무님이 하시는 모든 일이 질서를 이루는 씨앗이 될 꺼라 생각합니다. 자신 있게 하십시오.” 그리고 지휘관은 늘 그랬듯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떠났다.


시험을 마치고 난 뒤 스스로 반조해봤다. 이번 시험 곳곳에 ‘혼돈’을 뜻하는 카오스(Chaos)와 ‘질서’를 뜻하는 코스모스(Cosmos)가 있었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 속에 나는 ‘혼돈 속의 질서’를 수시로 경험했다. 혼돈 속에 질서를 뜻하는 카오스모스(Chaosmos). 이번 시험의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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